폭로형 유튜브…받아쓰는 언론도 문제

‘아니면 말고’식 …”미투운동 장벽 더 커질까 우려”

가세연 폭로 방식…피해 우려에도 규제방법 없어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진행하는 유튜브방송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가수 김건모씨(51)의 성폭행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무한도전까지 언급하면서 폭로가 무분별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언론 형태의 방송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지만, 방송 형태와 방식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어 2차 피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세연은 지난 18일 ‘[충격] 단독, 또 다른 연예인 성추문 고발’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한 연예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여성은 성추행을 한 연예인이 ‘무한도전’에 출연한 사람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강 변호사가 ‘바른 생활 스타일의 연예인’이라고 언급하면서 유재석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다.

유재석은 이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당 논란을 언급하며 “난 아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혀야 했다.

◇’조회수’만 생각하는 위험한 폭로 방식…2차 가해 가능

사회 전반에 감춰져 있던 비리나 성추문을 밝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 과정도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이 ‘가세연’ 측의 폭로방식에 대해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이유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가세연의 폭로는 처음엔 김건모씨를 상대로 한 미투운동처럼 시작됐지만, 이어지는 양상은 유명인사에 대한 가십거리를 만들고 조회수를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세연은 지난 6일 ‘[충격단독] 김건모 성폭행 의혹!!!’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처음 김건모씨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뒤, 추가 방송을 통해 ‘신체의 일부를 보여줬다’는 증언을 내보내며 선정적인 폭로를 이어갔다.

윤김 교수는 “가세연의 방식은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피해자의 발언을 대리해 이야기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매뉴얼도 지키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이 아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피해자의 경험을 선정적으로 소비하고 유통하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꼬집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23일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나와 “성폭력을 폭로할 때 굉장히 주의해야 할 점은 최대한 건조하게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가세연은) 수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하게 방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미투 당사자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모든 것을 상세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김 교수는 이렇게 선정적으로 폭로하는 방식이 단순히 이번 사건을 넘어 나중에 이어질 성폭행 폭로 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증언은 다른 성폭행 사건의 증언보다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더 많은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 가세연이 이런 선정적인 방식으로 조회수 몰이를 한다면 다음에 또 다른 여성들이 미투운동을 할 때 사회적인 장벽만 생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강용석 변호사가 9일 오전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유튜브 등 온라인 방송규제 사각지대…고소·고발이 유일한 방법

가세연 측의 폭로방송 이후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전혀 없다. 방송이나 언론과 달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까닭이다. 문제가 발생해도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고소 및 고발을 통한 법적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방송이나 언론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또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를 통해 사전·사후 규제가 이뤄진다. 방심위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심의하고 규정을 위반한 방송 사업자 등에 대해선 제제조치를 한다.

언중위는 언론매체의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항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건을 접수해 조정·중재한다. 언론의 경우 이러한 과정을 거친 뒤에도 해결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지만, 규제가 없는 유튜브는 고소 및 고발을 통해서만 잘잘못을 가릴 수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세연과 같은 폭로형 유튜브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은 현재 전혀 없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는 방법 외에 기관이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방송법에 포함되는 범위는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방송, IPTV뿐이고 나머지 SNS는 방송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현재 방송법개정안이 발의가 되었있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내법상 법적 지휘가 모호한 유튜브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도 방송법의 규제범위에 넣어 관리한다는 내용의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계류되어 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튜브도 언론의 기준을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튜브를 언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언론과 유사한 형태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유튜브 자체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현재로서는 언론과 같은 판단과 기준을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는 보도할지를 결정하는 내부 사전심의 장치가 있었다”며 “유튜브는 그런 장치가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사회적인 합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존 언론이라고 유튜브와 다른 점이 없다…자성 필요”

유튜브와 달리 법적 테두리 안에 있는 언론이지만, 언론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형 유튜브 방송 행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이 폭로형 유튜브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김 교수는 “유튜브와 달리 언론은 방심위 등의 제제가 있는데도 유튜브 식의 보도방식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곳이 많다”며 “일종의 뉴스 확산방식에 있어서 최소한의 구분점을 언론 스스로가 깨트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소한의 팩트체크를 하거나 무분별하게 흐르는 흐름에 비판을 해야 하는 지점도 넘어가고 있다”며 “결국 언론도 유튜브처럼 조회수 올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은 사전에 취재를 다 하고 걸러야 되는 것들은 걸러내고 보도를 해야 된다”며 “하지만 가세연의 이야기를 걸러내기는커녕 선정적으로 먹히겠다는 내용을 취합해서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의 성폭력 보도는 여러 단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끊임없이 지적이 나오며 진전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 모든 것을 거꾸로 돌리는,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듯한 느낌의 언론보도가 대부분”이라고 혹평했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 따르면 언론은 피해자 보호를 우선해야 하며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또한 성폭력 등의 사건에서 가해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