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상업용 부동산 대출 적어야 안전한 은행?

일부 신문 “한인은행, 상업용 대출 비중 높으면 감독 강화보도

상업용 대출 비율보다 연체비율, 융자 대상 부동산 종류 살펴야

한인 은행 “정부 보장 SBA 융자도 일부 포함…전체 그림 봐야”

지난 12일 지역 경제 전문지인 애틀랜타 비즈니스 크로니클(ABC)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의 말을 인용해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과 공실률 증가로 은행 당국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한인 신문은 이 보도를 번역해 소개하며 “위기가 발생했을때 은행의 기본적인 지급 능력을 의미하는 ‘위험기반 자본(RBC, Risk-based Capital)’ 대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이 300%가 넘는 은행은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한 뒤 애틀랜타 한인 은행 2곳이 이 비율 300%를 초과했다고 명시했다.

해당 은행의 입장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의 규제를 받는 ‘위험한 은행’이 된 것처럼 묘사된 셈이다. 특히 미 동남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한인은행인 제일IC은행 관계자는 본보에 “‘상업용 대출 비중 높으면 감독 대상’이라는 제목 밑에 우리 은행의 상업용 대출이 조지아주에서 두번째 높다는 제목을 연이어 달아 마치 우리 은행이 조지아주에서 두번째로 문제가 많은 은행인 것 처럼 보이게 했다”면서 “조지아주는 물론 전국에서도 가장 건전한 대출 포트폴리오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은 도외시하고 단순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만 비교하는 보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그렇다면 단순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이 높다고 해서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 상업용 부동산 파생상품이 문제 원인

최근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간접상품인 CMBS(Commerical Mortgage-Backed Securites)의 연체율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은행이 오피스나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페니매나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기관은 물론 민간 은행도 발행할 수 있다.

이같은 상품은 주로 대형은행이 발행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연체가 증가하면 이 상품을 발행한 미국 ‘공룡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형 규모인 한인 은행의 경우 이같은 간접상품의 문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한인은행의 자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많다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추론이다.

신동원 제일IC은행 부행장은 “CMBS를 진원지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 균열이 생기면 결국 전체 금융권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러한 문제로 비롯된 은행 감독당국의 규제 카드를 중소형 은행의 자체 대출에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보도는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상업용 대출 비율보다 연체율, 대출 포트폴리오 등 봐야

그렇다면 요즘처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 은행이 건실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연방 은행 감독당국은 “대출의 건전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국은 매 분기 콜리포트를 통해 은행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데 전체 대출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부실 대출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보면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동남부 한인은행들은 모두 평균보다 낮은 부실대출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제일IC은행은 9억달러가 넘는 전체 대출 총액 가운데 연체 대출은 100만달러 수준이어서 부실률이 0.11% 수준이다. 신동원 부행장은 “보통 은행들은 부실 대출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총액의 1.2% 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쌓고 있다”면서 “대손충당금 규모의 10분의 1 에도 미치지 않는 연체 대출액을 기록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대출 건전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율과 함께 융자 담보인 부동산의 종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은 크게 융자를 받은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오너 부동산(Owner-occupied)’과 상가와 오피스 등 주인이 아닌 관리자가 운영하는 ‘비(非)오너 부동산(Non owner-occupied)’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오너 부동산의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원 부행장은 “제일IC은행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비오너 부동산인 오피스 빌딩에 대한 대출은 거의 없고 안전성이 높은 오너 부동산이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또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구분되는 호텔이 비오너 부동산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SBA 융자도 위험한 대출?

연방 중소기업청(SBA)이 제공하는 SBA 융자는 상업용 융자로 분류되며 특히 비즈니스용 건물에 대한 융자액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포함된다. 다른 한인 은행 관계자는 “조지아주는 물론 미국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로 SBA 융자를 하고 있는 지역 한인 은행들의 경우 SBA 융자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다는 이유 만으로 은행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정부가 보장하는 SBA 융자도 부실 대출로 분류하는 통계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신동원 부행장은 “제일IC은행은 미국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바탕으로 어려운 금융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또한 특정 거대 예금주에 집중되지 않고 건실한 고객들이 골고루 예금고에 참여하고 있어 일부 은행의 위기를 불렀던 ‘뱅크런’의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1%만 돼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자산 대비 수익률(ROA)이 2%에 달하는 등 수익성도 뛰어나다”면서 “영문 경제신문을 번역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에만 초점을 맞춰 건실한 은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전하지 않고 다각적인 정보를 분석해 고객들과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