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글로벌 전략으로 수십억불 손실”

블룸버그, 특집기사 통해 한국 베이커리 공룡 조명

“파리바게뜨 오너 가족은 세계화 도전으로 수십억달러를 잃었다”

블룸버그 통신이 8일자 한국발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 최대의 베이커리 체인인 파리바게트를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를 소유한 SPC그룹은 지난 수년간 전세계 6000여개 지점을 확장했고 심지어 체인의 이름을 따온 프랑스 파리에도 지점을 개설했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룹 오너인 허영인 회장과 가족들의 자산은 5년전 36억달러에서 현재는 7억7000만달러로 3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지난 2016년 최고점을 찍었던 순익은 4년사이 77%가 감소했는데 이는 대부분 해외투자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다.

또한 자회사인 SPC 삼립의 순익도 5년 사이 8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의 한유정 애널리스트는 “음료 업체가 해외투자 초기에 손실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면서 “단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아직은 큰 우려는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음식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SPC 그룹은 지난달 캐나다에 진출했고 허영인 회장은 2030년까지 전세계 지점을 2만개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SPC 그룹은 자산 및 순익 손실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허회장도 블룸버그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제빵을 제대로 배우겠다며 캔자스시티의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서 유학했고 1983년 한국으로 돌아가 계열사인 샤니의 대표를 맡았다. 이후 파리바게뜨를 창업하고 미국 체인인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도입해 승승장구했다.

형인 허영선 회장이 이끄는 삼립식품이 리조트 사업 투자로 경영난을 겪다 부도를 내자 2002년 이를 인수해 2004년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이후 미국 햄버거 체인 쉐이크 쉑을 한국에 들여와 대박을 냈고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게 된다.

허 회장이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게 된 이유는 한국정부의 규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동네 빵집 보호’를 이유로 대기업 베이커리의 지점 확장을 제한하자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진출 밖에 길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허 회장과 일가족은 SPC 그룹의 지주회사인 파리 크라상을 소유하고 있고 상장기업인 SPC 삼립의 지분도 74% 가량 갖고 있다. 파리 바게뜨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고전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매장들이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면서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해고나 매장 폐점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의 여파로 순익과 자산이 급감하고 있지만 허인영 회장은 글로벌 공략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허 회장은 이전 한 인터뷰를 통해 “파리 바게뜨의 빵은 한국 외의 지역에서 더 사랑받고 있다”면서 “해외시장의 기회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파리 바게뜨 한 지점/위키미디어 자료사진 Author Vuong Tri Bi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