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①허술한 EIDL, 한국서도 대출받았다

▶본보, 관련 사기혐의 한인 부부 연방검찰 기소장 입수

한국서 신청했던 투자자 신고로 수사착수…”대출금 빼갔다”

다른 한국 신청자들도 최대 15만불 융자…”미국의 눈먼 돈”

  •  본보는 지난 18일 코로나19 긴급 구제기금의 하나인 EIDL(경제재난긴급융자) 사기 신청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대배심에 기소된 한인 곽모씨 부부의 기소장을 입수했다. 검찰이 기소장에 소개한 EIDL 허위 신청 수법과 허술한 관련제도를 시리즈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연방 수사국(FBI)이 곽씨 부부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9월 14일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 박모씨(기소장에는 이름과 성의 이니셜인 W.P.라고 기재)가 애틀랜타의 한 변호사를 통해 FBI에 “곽씨가 자신의 ID를 도용해 EIDL을 사기 신청했다”고 신고해온 것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하게 된 FBI 요원도 한인이고, 박씨의 변호사 역시 한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2020년 12월 한국의 박씨를 접촉했고 박씨는 “은퇴 준비를 하던 중 2019년 곽씨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곽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2019년 가을 곽씨의 한국 동료인 권모(여)와 홍모, 현모씨등과 함께 서울에서 열린 재정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 투자기회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박씨에게 “한국 국적자도 미국에 LLC(유한책임법인)를 설립할 수 있으며 곽씨를 통해 미국에 LLC를 세우고 고용주세금번호(EIN)를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 은행 계좌를 오픈하면 ‘다른 사람의 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뒤인 2020년 3월, 미국 법인 설립을 결심하지 못하던 박씨에게 권씨가 다시 법인 설립 권유를 했다. 박씨는 권씨의 권유대로 곽씨가 조지아 주정부에 등록한 법인인 NSEW GA에 700달러를 송금했다. 이후 곽씨는 박씨를 운영자(organizer)로 내세워 LLC인 ‘봄날(Bomnal)’을 설립했다.

2020년 7월 곽씨의 한국 동료인 현모씨는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곽씨가 운영중인 NSEW(동서남북) 네트워크에 가입하면 투자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갖게 되고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서 “정규 멤버십 회비는 3만달러 이지만 특별히 2만달러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2만달러를 내기로 결심한 뒤 곽씨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5년내로 은퇴해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아 거주하고 싶다”면서 “미국 금융산업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다. 곽씨는 동서남북 네트워크를 언급하며 “나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싶다”고 답변했다.

2020년 8월 곽씨는 박씨에게 “봄날 LLC를 통해 EIDL을 신청할 수 있다”고 권유했지만 박씨는 2020년 3월 이전에 설립된 법인만 EIDL 신청자격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곽씨는 “문제없다”고 주장했고 결국 박씨는 신청에 동의해 자신의 정보를 곽씨에게 보냈다.

며칠 뒤(8월 6일) 한국 동료인 권씨는 박씨에게 “EIDL이 승인됐다”고 통보했고 한국어로 “미국인들은 부주의하다(Americans are careless)”라는 텍스트까지 보냈다. 봄날 LLC의 온라인 은행 계좌에 접속한 박씨는 중소기업청(SBA)으로부터 15만달러가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은행계좌의 서명권을 가진 곽씨가 자신의 명의로 7만달러의 수표를 인출하고 ‘헬렌 곽’이라는 명의로 8만달러를 추가로 인출헀다. (검찰은 실제 수표는 미셀 곽 명의로 발행됐지만 박씨가 이름을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EIDL 융자금의 90%는 곽씨가 주관하는 투자처에 사용된다는 사실에 동의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곽씨에게 문의했지만 이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8월 22일 다시 곽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봄날 법인으로 융자받은 돈에 대해 차용증을 작성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곽씨는 “융자 승인이 너무 빨리 이뤄져 걱정된다. 융자금을 SBA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하지만 곽씨는 이 돈을 SBA에 되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자신의 투자금 2만달러와 봄날 법인 계좌의 잔고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후 곽씨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한국 동료 현모씨와 그의 아내 이모씨는 지난해 8월 곽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부자웨이(Buzaway)와 복마담(Bokmadam)이라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고 공개했다. SBA가 공개한 EIDL 융자 현황에 따르면 부자웨이는 2만4500달러, 복마담은 15만달러의 EIDL 대출을 받았다. 이들 법인은 모두 곽씨의 둘루스 오피스 주소로 등록돼 있다.

한편 연방 검찰은 코로나19 지원기금 사기와 관련, “허위로 연방정부 기금을 타낸 사람들은 거주지나 국적에 상관없이 혐의를 확인해 기소할 것”이라면서 “사법 및 이민 당국, 한국 사법기관들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편(링크)에 계속

이상연 대표기자

본보가 입수한 연방검찰의 기소장.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