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차별 발언, 재선 실패 걱정탓”

유진 로빈슨 WP 칼럼니스트 “패배 예상하는 듯”

폭스 여론조사서도 뒤처지자 ‘집토끼 자극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인종차별적 발언을 연이어 쏟아낸 건 재선 실패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진 로빈슨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29일자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호루라기가 아니라 확성기에 대고 하기 시작했다”면서 “마치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가정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4명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고, 민주당 소속 흑인 중진의원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의원을 “잔인한 불량배”라고 부르는 등 공격적인 발언을 계속해왔다.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인 볼티모어에 대해선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곳’ ‘누구도 그곳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깎아내렸다.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장광설과 트윗에는 노골적인 두려움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를 자신에 대한 지지 척도로 생각하고, 폭스뉴스의 여론조사 결과를 강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 하지만 폭스뉴스의 결과도 그의 편은 아니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트위터에서 “새로 나온 폭스 여론조사는 항상 나에게 가혹했다”면서 속상한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폭스뉴스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49%대 39%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자가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으로 바뀌더라도 6%p 차이로 패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퀴니피액대학에서 오하이오주 유권자 14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50%의 지지율을 획득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오하이오주에서 이 정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인 패배를 당할 것이란 의미가 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이기 때문에 신선한 아웃사이더로서의 매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대신 그는 자신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 돼준 비(非)도시 지역의 백인들의 옹호자로서 출마하려 하고 있다고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말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들이 자신의 처한 문제의 원인을 도시에 살고 있는 유색인종 사람들과 해안 도시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이들에게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구는 맹목적 애국주의와 외국인 혐오증, 구식 인종차별주의”라면서 “우리들처럼 다양한 다문화 사회에서 그런 힘을 분출하고 증폭시키는것은 위험하고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하원 청문회 출석 이후 상당히 우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봤다. 뮬러 특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형사 고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꼭 성공해야만 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자극하기 위해 공포와 분노를 이용할 줄 안다”면서 “하지만 자신의 지지기반을 키울 방법에 대해선 모르는 것 같다. 선거에선 규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랜도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