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피해 주장 여성이 정신병자?”

한인회 성추행 투서 기자회견서 일부 기자 ‘2차 가해’ 발언

피해 주장하는 다른 여성에는 “원래 그랬던 사람” 공격까지

지난 19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열린 성추행 익명 투서 사건 관련 기자회견(본보 기사 링크)에서 회견 내용보다 더 충격을 준 것은 일부 기자들의 발언이었다.

성추행 투서는 익명으로 접수됐지만 투서에 소개된 피해 여성은 자신의 실명은 물론 가해자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밝혔다. 물론 실명으로 이뤄진 ‘미투’ 가운데도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허위공격이 많기 때문에 해당 주장의 진실성을 가리기 위해서는 확인작업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남성 기자는 19세 때 당한 성추행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여성 A씨에 대해 “피해자 엄마가 그러는데 정신병 치료를 받는 아이라 믿을 수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해당 여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기를 내서 쓴 글에 대한 진위 확인도 하지 않고 ‘정신병자’로 매도한 것이다. 한마디로 심각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동이다.

A씨는 이 기자의 표현대로 ‘정신병’ 치료를 받는 이유에 대해 “당시 성추행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피해자 본인의 설명은 무시하고 본말이 전도된 근거없는 주장을 기자회견 현장에서 펼친 것이다.

김일홍 전 한인회장이 같은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다른 한인 여성 B씨의 페이스북 내용을 공개하자 곧바로 “걔 말은 믿을 수 없다”며 “다른 한인 남성에게 당한 일도 떠벌리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이 기자의 행동은 성 감수성 부족을 넘어 명예훼손 소지까지 있다.

다른 기자는 기자회견 내내 “이런 기자회견은 왜 하느냐”며 화를 내다 김일홍 전 회장이 B씨의 피해 호소 글을 읽자 갑자기 “그만 읽으세요. 왜 우리가 그런 걸 들어야 하나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한 기자는 “자신에게 필요없는 기자회견이면 중간에 나가면 되는 것인데 왜 다른 기자들의 취재까지 방해하느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들의 의도는 곧 남성 기자의 말에서 드러났다. 그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매일 통화를 하는데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19세 때의 피해를 공개한 한인 여성 A씨는 현재 법적인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남성에 대한 소송은 물론 자신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무단으로 유출해 익명으로 악용한 투서 작성자, 이 투서를 이용해 명예를 훼손하는 2차 가해자까지 모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포스팅을 유출한 사람은 이미 특정한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또다른 피해 여성 B씨는 “가해 남성에 대해 A씨가 소송을 진행할 경우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며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응분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봐서 미씨USA나 조지아텍에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