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인회 “성추행 미투, 공작으로 몰아 명예훼손”

이홍기 회장, 김일홍 전 회장 지난 19일 이례적 기자회견

19세 때 당한 피해 공개한 한인 여성 글 캡처해 익명 투서

“투서 지목인물, 우리 자작극이라며 공격” 법적대응 예고

해당 인사 “성추행 사실 없고 결백…한인회 공격하자 음해”

기사에 소개된 투서와 기자회견은 모두 실명을 공개했지만 해당 주장들에 대한 사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 인물들을 모두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편집자주

10년만에 연임하는 이홍기 회장의 취임을 앞둔 애틀랜타한인회가 성추행 투서 사건을 둘러싼 ‘공작 의혹’으로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9일 오후 이홍기 회장과 김일홍 전 회장은 한인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일 한인회에 한 한인 남성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하는 익명의 투서가 접수됐다”면서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가 ‘해당 투서를 김일홍 전 회장과 이홍기 회장이 스스로 작성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인회에 따르면 이 투서에는 19세 때 해당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sexually assaulted)고 주장하는 한인 여성 A씨의 실명 페이스북 게시물이 캡처돼 있다. 이 여성은 포스팅에 “당시에 경찰을 부르지 않고, 피해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커다란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그 때는 힘이 없었다. 일찍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적었다.

투서를 보낸 익명의 제보자는 “성추행 당한 여성은 성년이 되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음에도 충격을 잊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이 사람의 만행을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 청소년들이 다시는 성추행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적혀 있다. 해당 페이스북 포스팅은 지난해 12월 14일 게시된 것이다.

이홍기 회장은 “해당 투서는 회장과 이사장 앞으로 전달됐고 투서에 김일홍 회장 재임 당시 해당 남성의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사무장이 투서 내용을 메시지로 전해올 때 마침 이경성 이사장 및 김일홍 전 회장과 식사 중이어서 해당 내용을 의논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투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는 라디오 방송 등에서 한인회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온 사람인데 이 때문인지 며칠 전부터 이 투서를 김일홍 회장과 내가 스스로 작성했다는 공격이 시작됐다”면서 “급기야 어제(18일)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가 한인회관을 방문해 사무장에게 이같은 주장을 직접 펼쳤다”고 말했다.

김일홍 전 회장은 “해당 인사가 내 재임기간에 문제를 빚었고, 이번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 대해서도 부당한 공격을 했지만 결코 이같은 투서를 스스로 만들어 음해를 하지는 않는다”면서 “(해당 인사가) 떳떳하다면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같은 남성에 의해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다른 한인 여성 B씨가 18일 작성한 페이스북 포스팅도 공개했다. 이 여성은 “피해 여성 A씨와 통화를 했는데 당시의 성추행 충격으로 10년이 넘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인사는 본보에 “익명 투서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은 임시직원으로 근무했었고 가불 등의 문제를 놓고 스스로 퇴사했다”면서 “성추행은 맹세코 전혀 없었으며 (해당 여성에 대한) 소송을 통해서라도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홍기 한인회장의 재선 과정에서 노골적인 회칙 위반 등의 위법행위가 벌어져 이를 지적해왔는데 갑자기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합리적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면서 “이홍기 회장과 김일홍 전 회장이 익명으로 접수된 투서를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나 당사자의 소명 없이 한인사회에 퍼뜨린 점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홍기 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연말 이사회에 회부해 추후 해당 인사에 대해 한인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동시에 성추행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여성들을 위한 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연 대표기자

한인회에 접수된 투서.
이홍기 회장(오른쪽)과 김일홍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