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로나19, 숨길 일이 아니다

한인업소-교회 등 커뮤니티 감염 빠르게 확산돼

투명히 공개해야 오해풀려…검사 꺼리지 말아야

 

“모 사이트에 애틀랜타 기자들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하던데 괜찮으세요”

지난달 23일 조지아한인변호사협회와 한인회계사협회가 함께 개최한 법률세미나 관련 기자회견의 주최측 참석자 가운데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변호사협회는 지난 1일 이같은 사실을 참석기자들에게 알리고 “만일의 위험을 생각해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고 전해왔다.

당일 기자회견에는 필자를 포함한 한인기자 8명이 참석했고 거리두기를 위해 널찍한 회의실에서 행사가 열렸다. 주최측인 변호사협회는 모든 참석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기자들은 회견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최측인 변호사협회와 회계사협회 관계자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 애틀랜타 한인기자들 코로나에 노출?

매일 잠재적인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할 위험에 놓여있는 취재기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을 보호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회견시에도 철저한 거리두기에 신경쓰는 한편 식사나 커피 등 불필요한 만남도 피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인지 다행히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취재현장은 물론 해당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은 기자 1명이 회견 당시 상황이나 전후 사정에 대한 취재없이 자신의 사이트에 “애틀랜타 한인기자들 코로나에 노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후 여러 취재원과 광고주들이 우려하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한 광고주는 “언론사 기자들은 물론이고 함께 근무하는 영업사원들도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스런 충고를 해왔다.

무엇보다 이같은 보도는 당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확진자에 대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내용이다. 취재결과 확진판정을 받은 관계자는 회견 당일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회견 이후 감기기운이 나타나 사흘후 열린 26일 모임에 불참했고, 바로 검사를 받아 1일 양성반응 판정을 받았다. 즉, 회견에 참석할 당시에는 본인의 감염 여부를 알지 못했고 단체 사진 촬영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벗지 않았으며, 촬영 후에는 곧바로 마스크를 재착용했다.

물론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100% 막아주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한인 기자들은 1일밤 단체 카톡방에서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결정하고 2일부터 실제 검사를 받고 있다.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와 KTN은 직원 전원이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고, 애틀랜타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조선일보, 미주뉴스 기자는 2일 검사를 받았다. 필자도 2일 오전 가족과 함께 면봉을 이용한 PCR 진단검사를 받았다. 한인 기자들은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기자회견이나 행사 등의 취재를 제한하기로 뜻을 모았다.

◇ 한인 커뮤니티도 안전지대 아니다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주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코로나 무풍지대로 불리던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이처럼 감염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인 교회들에서 확진자가 보고됐고, 한인 비즈니스 여러 곳에서도 업주와 직원들의 확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 초기에는 감염 사실 자체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고, 심지어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조차 ‘쉬쉬’할 정도로 바이러스 감염자 자체에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지아주에서만 하루 3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양성판정이나 검사를 받는 일이 더 이상 숨길 필요도, 그리고 숨길 수도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오히려 한인 식당 등 일부 비즈니스는 확진자가 없는데도 “그럴 리가 없다”는 추측으로 루머가 유포돼 피해를 당하고 있기도 하다.

한인 교회 가운데는 프라미스교회(담임목사 최승혁)와 연합장로교회(담임목사 손정훈)가 연이어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하고 접촉자들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해 모범을 보였다. 교회가 발빠르게 나서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접촉자가 아닌 교인들도 경각심을 갖고 검사를 받는 등 커뮤니티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

반면 한 한인 비즈니스는 오너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휴업을 하면서도 그동안 이용했던 고객들 일부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한 고객은 2일 기자에게 “접촉이 많은 해당 비즈니스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확진 소식을 다른 고객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 “불안한 마음에 오늘 검사를 예약했다”고 전했다.

한인사회 차원에서 대규모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지아주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존 검사소에 예약을 하기가 쉽지 않은 형펀이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의 커뮤니티 확산을 막기 위해 다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