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15. 포카혼타스는 영국의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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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월트 디즈니 (Walt Disney)사에서 만든 ‘포카혼타스’ (Pocahontas)라는 만화영화가 크게 흥행한 적이 있다. ‘포카혼타스’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발음하기도 어색하고 무엇을 뜻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도 알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 자라서 교육받는 사람들은 다들 ‘포카혼타스’가 사람 이름이며, 그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다. 포카혼타스는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 개척에 엄청난 도움을 준 인디언 여인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어 역사시간에 배우기 때문이다. 영국사람들이 아메리카에 첫발을 디딘 초기 이민의 역사와 그것을 가능케 한 인디언 여인의 러브스토리를 대충이나마 알아 두는 것이 좋을 듯싶다.

미국의 밑바탕이 되는 나라는 영국이다. 이렇게 따져 보면,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한 때가 미국의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유럽국가 중 영국은 비교적 늦게 신대륙에 진출한 나라이다. 신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유럽 각국의 경쟁에 영국이 본격적으로 끼어든 것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도착한 지 100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니 말이다.

1606년 영국 왕실은 버지니아 회사 (Virginia Company)를 설립하고 신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하는 사업을 전담케 했다. 이듬해인 1607년 5월 이 회사는 108명의 지원자를 모집하여 지금의 버지니아 주에 있는 한 지점에 상륙하고 그 땅을 제임스타운 (Jamestown)이라고 이름 지었다. 영국이 아메리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이렇게 제임스타운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1609년까지 214명의 영국인이 제임스타운으로 이민했으나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겨우 60명밖에 안되었다고 하니 살아난 확률이 30% 남짓밖에 안 되었다는 셈이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끊임없이 공격해 못살게 굴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기도 했지만, 이민자 중 태반이 상류층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식량을 생산할 인원이 적었던 것도 큰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상류층 출신들은 대부분 전혀 노동이라고는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로서 금은보화를 찾기만 하면 일확천금 한다는 꿈에만 부풀어 신대륙을 찾아왔다. 이 때문에 식량 사정은 점점 어려워 지고, 마침내 까딱하다가는 이민자 전원이 몰살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그래도 운이 좋았던지 이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포카혼타스’ 인디언 여인이다.

영국 이민자들이 식민지를 건설한 지역이 원래 알곤키언(Algonquian)이라는 인디언 부족의 땅이었다. 자연히 알곤키언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땅을 잠식해 들어오는 영국 사람들을 발붙이지 못하도록 계속 공격하게 되고, 그 때문에 분쟁도 무척이나 잦았다. 그런데, 알곤키온 인디언의 한 부족 추장의 딸이었던 포카혼타스는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영국사람들과 유럽의 문물에 굉장히 호기심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의 인디언부족과 영국식민지 사람들이 다투고 있는 중에도 포카혼타스는 영국 식민지 지역에 자주 들락거렸고, 이것이 결국에는 영국에게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즉, 점점 더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 측은 기막힌(?) 묘안을 생각해 냈는데, 다름이 아니라 포카혼타스를 납치해 볼모로 잡고 인디언들을 협박, 그들의 공격을 잠시나마 막아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포카혼타스가 영국인들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동안 또 한 가지 영국인들에게 더욱 유리한 일이 생겼다. 발랄하고 호기심 많은 포카혼타스가 한 영국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포카혼타스는 인디언 추장인 아버지에게 이 영국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인디언 추장도 이들의 결혼을 허락하고야 말았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던가? 이 일이 있었던 이후 인디언들이 영국인들을 괴롭히는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되고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영국 이민자들은 포카혼타스가 자신들을 살려준 은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며 그 러브스토리는 아직도 전설같이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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