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누구에게나 기회를 줘야 하는 이유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11호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2019 대회의 현장을 한국 미디어 가운데 유일하게 취재했습니다. 미국에서 글로벌 미디어 관계자들과 큰 행사를 함께 취재하다 보니 뒤늦게 여러가지를 배우고 느끼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조지아 사바나 인근 하인스빌에 위치한 군기지인 포트 스튜어트를 다녀왔습니다. 고교 중퇴생들이 군부대에 입대해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프로그램인 ‘유스 챌린지 아카데미(YCA)’를 취재하기 위한 것인데 동행한 인사 중에 밥 호프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테드 터너 구단주 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홍보 담당 부회장을 지낸 인물인데 나중에는 테드 터너의 개인 대변인도 했고 지금은 유명 PR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제가 미스 유니버스를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 분이 1970년대초 조지아주의 한 ‘미스 틴(Miss Teen)’ 행사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한 여고생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분명 미모와 재능이 있어보이는데 외모가 여고생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서 그랬는지 다른 심사위원들은 거의 0점을 줬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신은 이 학생에게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매겼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이 여고생은 그 대회에서 3위를 했고 이를 발판으로 상위 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결국 당시 여성 모델이면 누구나 꿈꾸던 브렉(Breck) 샴푸의 모델인 브렉 걸(Breck Girl)로 발탁이 됐습니다.

밥 호프씨는 이 여고생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동행한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무도 답을 못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킴 베이싱어(Kim Basinger)”라고 알려줬습니다. 조지아주 출신으로 40대 이상의 한국 남성들에게는 ‘나인 하프 위크’ 등의 영화로 너무나 친숙한 바로 그 여배우입니다.

그는 이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YCA 캠프는 고교 중퇴생(dropouts)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습니다.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는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알게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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