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대신문 AJC, 조작 기사 논란에 위기

탐사보도 통해 “UGA 풋볼팀, 여성폭력 묵인” 고발

취재원 코멘트 조작 의혹…대학 측 법적조치 나서

기자, 35년전에도 같은 수법…”알고도 채용” 맹공

미국 조지아주의 사실상 독점 신문인 AJC(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가 취재원들의 증언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조지아주 플래그십 대학교인 UGA(조지아대) 비판 기사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AJC는 지난 6월 11일자에 “통제 불능, UGA 풋볼팀의 무절제한 문화”라는 제목으로 UGA 풋볼팀의 커비 스마트 감독과 직원들이 풋볼 선수들의 여성 폭력을 묵인했다는 폭로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2년 연속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조지아 주민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받고 있는 UGA 풋볼팀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기사가 실리면서 팬들을 중심으로 AJC에 항의전화와 이메일 ‘폭탄’이 이어지고 신문 보이콧 움직임까지 벌어졌다.

이에 연봉 1100만 달러로 ‘가장 비싼 주정부 공무원’인 스마트 감독이 별도의 기자회견까지 열어 AJC의 무책임한 보도를 겨냥한데 이어, 풋볼팀 코치 및 선수들의 공식 인터뷰와 경기 전후 특집쇼를 담당하는 방송사를 AJC 계열사인 WSB-TV에서 폭스 5 애틀랜타로 변경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대학교 대표 변호사는 최근 AJC에 9장에 이르는 법적 통지를 보내 “담당 기자인 앨런 저드가 취재원들의 코멘트를 왜곡하는 방법으로 UGA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려 편향적인 기사를 작성했다”며 기사 삭제를 공식 요구했다.

AJC는 이같은 반발에도 “우리는 담당 기자의 보도를 끝까지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5일 UGA 풋볼팀의 한 변호사 팬이 자신의 블로그에 “앨런 저드 기자가 35년 전 켄터키주 최대 신문 쿠리어-저널에서도 취재원들의 증언을 조작하다 적발돼 해고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 블로거가 제시한 1988년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저드 기자는 켄터키 한 고교 풋볼팀의 문제를 특집보도하면서 인터뷰한 사람들의 증언을 자신의 입맛대로 편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신문 편집국장은 저드 기자에게 인터뷰 녹음 테이프를 가져오라고 명령했고, 저드 기자는 처음에는 테이프를 찾지 못하겠다고 버티다 결국 테이프를 가져왔지만 중요한 진술 부분에 일부러 다른 소음을 덮어 씌워 신문사 측을 당황하게 했다.

결국 쿠리어-저널은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신문 1면에 12개의 수정 조항이 담긴 정정기사를 게재해야 했고, 당시 신문사 담당 변호사에 따르면 2년전 사망한 해당 편집국장은 평생 이같은 오점 탓에 괴로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사에서 사퇴한 저드 기자는 자신의 링크드인 프로필에 쿠리어-저널 경력은 삭제하고 1989년 이후 경력만 적어 놓았고, 지난 1999년 AJC에 발탁돼 이후 탐사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UGA 전담 스포츠 매체인 UGA 라이벌은 AJC 측에 저드 기자의 채용 당시 이런 잘못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이런 상황에서도 저드 기자의 기사를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식 질문했다. 또한 매체 측은 저드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는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스마트 감독과 UGA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런 취재를 하느냐”고 막말을 한 뒤 “35년 전 내 인생에서 힘든 시기에 일어난 일을 갖고 조지아주를 위해 수많은 탐사보도를 한 기자의 인생을 망치려 한다”고 답했다.

라이벌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인터뷰가 보도될 것을 전제로 대화를 나눴고 저드 기자도 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서 “AJC는 우리의 질문에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AJC는 지난 2021년 3월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 당시 한인 불법스파의 성매매 문제점을 다룬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한인 사회는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선정적 기사로 희생자들을 모욕했다”고 비난했고, 미국 저널리즘 전문가들도 기사의 의도에 의문을 던졌다.

이상연 대표기자

AJC 보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커비 스마트 감독/Fox 5 Atlant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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