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투자 미국 최대 민간개발 ‘휘청’

뉴욕 허드슨야드 프로젝트, 코로나에 전망 불투명

아파트 미분양에 2단계 무기한 보류…투자자 소송

미국 역사상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뉴욕 허드슨야드 프로젝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뉴욕시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과 펜실베이니아역 사이의 철도기지 등 28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대형 오피스와 쇼핑몰, 아파트, 호텔 등으로 탈바꿈하는 이 사업에는 총 250억 달러(약 28조원)가 투입된다.

지난 2019년 완공된 1단계 사업을 통해 조성된 벌집 모양의 건축물 ‘베슬’은 곧바로 뉴욕을 대표하는 새 관광 명소가 됐다. 페이스북, HBO, CNN, 로레알, 블랙록, 태피스트리, 케이트 스페이드 등 기업들이 앞다퉈 입주 계약을 체결해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맨해튼 고급 주거 수요가 뚝 떨어지고 기업들이 대부분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갑자기 위기가 닥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고급 콘도(아파트)와 오피스, 학교 등을 포함해 신축 빌딩 8동을 더 짓는 2단계 사업이 무기한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릴레이티드 컴퍼니는 오는 2024년까지 전체 프로젝트를 끝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완공 예상일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릴레이티드는 2단계 사업을 위한 철도기지 관련 공사를 위해 연방 교통부와 저금리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을 협의 중이다.

1단계 사업을 통해 이미 완공한 신축 빌딩들에서 기대한 만큼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허드슨야드에 들어선 최고급 콘도 중 여전히 수백 가구가 팔리지 않은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NYT 분석 결과 지난 2019년 157가구가 팔렸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단 30가구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2019년 10월 이 중 1가구를 497만4190달러(약 56억원)에 매수한 바 있다.

릴레이티드는 올해 초 수요가 회복되면서 여러 건의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맨해튼의 고급 주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상업시설 임대도 골칫거리다. 핵심 임차인인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가 코로나19 여파로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바람에 릴레이티드 측은 해당 공간을 오피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니만마커스 외에 고급 의류 포티파이브텐을 비롯한 4개 상점과 복수의 레스토랑도 폐점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릴레이티드 측은 주로 고급 콘도 분양과 쇼핑몰 임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쇼핑몰 매장 직원보다 고객 수가 더 적고, 줄을 서는 가게는 블루보틀 커피숍이 유일하다고 NYT가 지적했다.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노선이 연장된 지하철 7호선 허드슨야드역의 작년 12월 평일 하루 인파는 6500명으로 전년 평균 2만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 투자자 35명이 릴레이티드를 상대로 투명한 회계 공개 등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다른 중국인 투자자 그룹도 비슷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허드슨야드 내 쇼핑몰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