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서비스까지 무한경쟁…결국 ‘대정전’ 참사

부시 주지사 시절 전기시장 자유화…220개 업체 비용절감 전쟁

안전 장치까지 아끼다 ‘올스톱’…제발등 찍은 유틸리티 ‘탈규제’

기록적인 한파 이후에 발생한 텍사스주 대규모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은 전기시장 자유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 내에서도 가장 급진적으로 탈규제·자유시장화가 정착된 텍사스의 전기시장을 분석했다.

텍사스는 지난 1999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지사로 재임하던 당시 전기공급의 책임을 민간 업체들에 이양하는 시장화 정책을 도입했다.

전기공급업체들이 원한 정책이었고, 업체간 경쟁을 촉진하면 전기요금도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주민들도 찬성했다.

실제로 이후 텍사스에서 영업하는 220개의 전기 공급업체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였고, 주민들도 만족했다.

문제는 가격 인하 경쟁이 무리한 비용절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텍사스 전력 생산의 7%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풍력 발전의 경우 겨울철에 온도가 떨어지면 터빈에 발생하는 얼음을 제거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용 절감에 나선 전기 공급업체들은 남부 텍사스에 한파가 닥치는 경우가 없다는 이유로 얼음 제거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풍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텍사스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의 경우에도 실내가 아닌 실외에 시설을 설치한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한파가 닥치자 주요 부품이 외부에 노출된 업체들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공급의 안정성을 위해선 주정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이들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텍사스에선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라는 조직이 전기공급업체를 감독하지만, 다른 주들과 비교해 권한이 부족하다는게 NYT의 지적이다.

한편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일부 주민들이 ‘전기료 폭탄’을 맞은 것과 관련해 전기 공급업체에 요금청구서를 발송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미납자에 대해서도 전기공급 중단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텍사스주의 송전시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