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원 희생 블레시씨 유해 내일 ‘귀향’

참사 희생 대학생 스티븐 블레시씨 아버지 본보와 전화 인터뷰

한국 총영사 등 텍스트로 조의 표해…”내 질문에는 답변 안해”

“공직자는 자신이 아닌 국민 위해 존재…대통령부터 돌아봐야”

“6.25 동맹국 한국-한국인은 여전히 아름다워…리더십이 문제”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애틀랜타 대학생 스티븐 블레시씨의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씨(52)가 한인 언론 가운데는 최초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막내 아들을 잃은 아픔과 한국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블레시씨는 7일 오전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들의 유해가 내일(8일) 오전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애틀랜타 공항으로 송환된다”면서 “내일은 내 삶에서 가장 힘든 날이 될 것”이라며 눈물을 참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등록된 고인의 유해는 주한미국대사관이 이송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아들의 유해를 확인하러 한국에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전 언론 인터뷰를 상기시키며 “한국 경찰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이상한 행동을 해서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규제가 끝나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핼러윈 밤에 이태원에 모일 것이라는 사실은 3학년 아이들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감각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사고 이후 한국 정부의 위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블레시씨는 “사고 이틀 후인 31일 오전 박윤주 애틀랜타총영사가 텍스트를 통해 조의를 표해왔고 같은 날 오후 조 영사(조우형 경찰영사 추정)라는 사람이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텍스트를 보내왔다”면서 “하지만 텍스트만 왔을 뿐(just texts) 전화 등으로 직접 위로를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블레시씨는 박 총영사의 텍스트에는 “왜 현장에 군중통제가 없었는지 묻고 싶다. 내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 한편 이같은 사고는 예방할 수 있는(preventable) 일이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조 영사의 텍스트에는 “왜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는데 경찰관은 137명 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을 우리를 실망시켰고, 적절한 배치가 있었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레시씨는 “두 사람은 내가 보낸 질문에는 전혀 답변하지 않았으며 그 다음에 다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서장이 사임하고 여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 대통령부터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레시씨는 “모든 공직자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For the people)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된다”면서 “그들(대통령부터 경찰서장까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완전히 실패(total failure)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매일 아침 아들을 잃은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힘들다는 블레시씨는 “아내 머라이어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친구같던 동생을 잃은 1살 위 형도 집에 와 있는데 매우 상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레시씨는 “스티븐은 세상의 모든 문화를 사랑하는 아이였으며 생애 처음으로 가장 멋진 모험을 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면서 “그런 아이가 이렇게 돌아올 줄 어떤 부모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며 눈물을 삼켰다.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블레시씨는 “한국은 여전히 아름다운 나라이며 6.25 전쟁을 통해 미국인들과 맺어진 한국인들은 여전히 친구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면서 “하지만 한국의 지도자들(leadership)은 자신을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블레시씨는 “아들의 멋진 삶을 축하(celebrate)하기 위해 12월 중으로 추모 행사(memorial service)를 가질 계획”이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이상연 대표기자

박윤주 총영사가 보낸 텍스트에 대한 블레시씨의 답

조우형 영사의 텍스트와 블레시씨의 답
블레시씨 가족
어머니 머라이어와 블레시
블레시씨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