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위드코로나] ②영국과 싱가포르의 교훈

양국 모두 접종률 높지만 ‘전면완화’ 영국은 재확산

신중한 방역정책 고수한 싱가포르는 ‘안정세’ 보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고려하는 이유는 사실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완전한 박멸이 어렵다는 판단때문이다.

대신 예방접종률이 높아질 수록 중증률과 치명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만큼, 앞으로 면역력을 높게 유지하며 확진자 동선파악보단 치료 중심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가 모범국가 사례로서 주목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예방접종 완료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80%에 육박했는데도 신중한 방역완화 정책을 펼쳐 치명률을 독감 수준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영국’은 대표적인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국가로 꼽힌다. 영국은 70%에 가까운 높은 접종 완료율을 보이고 있지만, 싱가포르와 달리 급격한 방역완화 탓에 하루 확진자가 2만명대에 달하는 등 재확산세를 겪고 있다.

5일 존스홉킨스대 통계와 영국 글로벌 데이터 단체인 ‘우리의 세계 통계(Our world in data)’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 1일 기준 누적 확진자 6만7800명, 사망자 55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치명률은 독감 수준(0.1%)보다 낮은 0.08%가 된다. 치명률 집계가 어려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전세계 최저치다.

접종완료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외 통계 데이터상 지난 8월 30일 기준, 싱가포르의 1~2차 접종완료율은 77.7%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보다 하루 전에 8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특히 치명률이 낮은 이유는 높은 접종률 때문만은 아니다. 신중한 방역 완화책을 펼쳤던 게 시너지 효과를 줬다는 해석이다.

사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말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독감처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를 천명했다. 이에 확진자 동선 추적을 중단하고, 중환자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재택치료도 확대했다. 당시 1차 접종률은 70%, 접종완료율 50%정도일 때다.

싱가포르는 8월 8일 들어 2차 접종률도 70%를 기록하면서 8월 10일부터 방역조치를 한 단계씩 완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1차 접종률은 79%에 달했다.

싱가포르는 접종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번거로운 백신 예약제를 폐지하고, 누구나 예약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존에 사적모임을 2명까지로 제한했던 것을 백신 접종 완료자는 최대 5명까지 외식을 할 수 있게 풀었다. 9월에 백신 2차 접종률 80%를 달성시 모임 제한 기준을 더 완화하고 여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마스크 착용은 아직 의무로 남겨뒀다.

싱가포르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7월 중순 100명을 넘어섰다가 8월 들어 100명 아래로 내려간 뒤 최근 200명을 넘어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긴 하다. 다만 치명률은 0.1%를 밑 돌아 뚜렷한 예방접종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영국은 이 반대의 사례로 교훈을 주고 있다. 영국은 2차 접종완료율이 50%를 넘으면서 지난 7월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성적은 싱가포르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올 상반기만해도 1% 아래였던 치명률이 최근 1.9%로 상승했고 확진자도 다시 급증했다. 일일 확진자는 예방접종이 본격화됐던 올 1월 6만명대에서 5월 1000명대로 급감했지만, 최근 다시 크게 증가해 지난 8월 30일 기준 2만6227명을 찍었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방역완화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모임 제한 등을 전면 완화했다가 일부 전문가들의 반대로 결국 다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점이 피로도가 높은 영국의 방역에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셈이다.

영국의 한 해변에서 사람들이 더운 날씨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