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짧은 생각]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언론의 사회적 위치는 매우 모호합니다. 정부예산이나 공공기금의 지원을 받는 국영, 공영 언론사가 아닌 민간 언론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비즈니스로서의 수익성도 갖추고 있어야 존립이 가능합니다.

종이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 모든 종류의 언론이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구독료와 광고 수익입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독자들에게 배달료나 멤버십 회비를 받지 않으면 나머지는 모두 광고 수익에 의존해야 합니다.

미국에 이민해 100% 광고에 의존해야 운영이 되는 무가지 신문의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언론의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실은 광고지에 불과한 신문이지만 그래도 공익을 추구하는 언론의 품격을 유지하려고 지역 한인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의식있는 독자들은 이를 알아봐주고 격려해줬습니다.

독립 인터넷 미디어를 시작한 후에도 같은 고민이었습니다. 한국 대형 족벌언론까지 무가지를 내는 애틀랜타 언론환경에서 결국 광고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좋은 광고주들 덕분에 독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서 이전보다는 훨씬 더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대형 언론사의 지사처럼 영업사원 네트워크 등 리소소를 갖추기 힘들었기 때문에 홈페이지 방문자와 페이지뷰 통계가 유일한 마케팅 자료였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 실적을 홍보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독자를 위한 정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현재의 광고주와 미래의 클라이언트를 겨냥한 마케팅이었기 때문에 ‘팩트 체크’ 같은 명칭으로 다룬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며칠 한 대형 언론사의 애틀랜타 지사(알고보니 애틀랜타 지사 소속이지만 LA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와 공방이 벌어져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이 신문이 모호한 수치를 바탕으로 ‘신문도 1등, 웹사이트도 1등’이라는 제목으로 홍보에 나섰기에 “무가지 신문끼리 무슨 기준으로 우열을 정하나”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통계와 수치의 모호함과 포토샵을 이용한 자료 편집을 지적했던 부분에만 가시 돋친 반응이 돌아왔고, 대형 언론사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무가지를 찍고, 저가의 광고비 경쟁에 동참해 언론 환경을 퇴행시킨 책임을 묻는 근본적인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신문은 16년전 애틀랜타에 처음 진출하면서 유가 구독 및 가정 배달을 실시해 한인 언론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혀 당시 경쟁 신문에서 일하던 기자도 속으로 응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질문의 바탕에는 종이신문이 쇠락하자 기존 브랜드 파워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독립 매체들이 생존을 위해 애쓰는 애틀랜타 인터넷 미디어 시장까지 넘보는 대형 족벌 언론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이지만 독자들의 선택을 믿고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홈페이지 담당 직원이 팩트 체크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반박을 했지만 사실 독자들은 그런 장황한 수치 설명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1등’ 자랑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광고주를 향한 홍보라는 점에 솔직해져야 합니다. 이전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웹사이트의 순위는 계속 변하고, 1등도 바뀔 수 있습니다. 지역 언론 환경을 모르는 먼 곳의 디지털 담당 직원이 대신하는 소모적인 숫자 논쟁을 멈추고 책임 있는 관계자가 나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무겁게 지는 대형 언론사의 운영 방법에 대한 지적을 명예훼손으로 여기는 것이 개인이 아닌 회사 측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토론하고 대응할 의사가 있습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