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꾸는 레드스킨스, 이번엔 성희롱 추문

여직원 15명 증언·문자 공개…”몸에 붙는 치마 입어라”

미국프로풋볼(NFL) 명문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에서 여성 직원 다수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레드스킨스에서 일했던 여성 15명의 증언과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 등을 토대로 2006년부터 작년까지 레드스킨스 고위직 남성들이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부터 약 1년간 레드스킨스의 마케팅 코디네이터로 일한 에밀리 애플게이트는 팀 경영파트를 이끌었던 데니스 그린이 고객과 회의할 때 ‘남자들에게 볼거리를 주게 몸에 딱 붙는 치마와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블라우스를 입어라’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애플게이트 말고도 4명의 전직 직원이 같은 증언을 했다.

애플게이트는 경기장 귀빈실의 관람객이 동료 여직원의 엉덩이를 움켜쥐어 피해를 호소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다고도 말했다.

‘레드스킨스의 목소리’로 불리는 팀 전담 아나운서 래리 마이클이 평소 여직원 외모를 ‘성적·비하적 의미가 함축된 단어’로 평가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마이클이 2018년 마이크가 켜진 지 모르고 대학생 나이대 인턴직원의 매력을 논했다가 적발됐다는 진술도 있었다.

선수 관리를 맡은 고위직원이 여직원과 레드스킨스를 취재하는 여기자의 몸매를 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자신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선수 관리를 담당하는 다른 직원은 여직원의 가슴 확대 수술 여부를 두고 동료와 ‘토론’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레드스킨스서 일했던 여직원들은 입사한 직후 선배 여직원들로부터 ‘피해야 할 사람과 장소’를 비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운영본부 입구 옆 계단은 피해야 하는 장소였는데 아래쪽서 올려다보면 치마 속이 보이는 구조였고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레드스킨스 내에 직원들의 성 고충을 해결해줄 인력과 제도가 부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수의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인사과 직원 중 전일제 직원은 한 명에 불과한 데다가 그 직원은 220여명의 전일제 직원을 관리하면서 다른 행정업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전직 여직원은 “레드스킨스에는 인사관리라는 게 없다”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보고하는 절차도 없으며 신입에 보고 절차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직원들은 WP의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레드스킨스는 성명을 내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로펌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레드스킨스는 1932년 창단된 명문구단이다. 최근에는 ‘레드스킨스’라는 명칭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하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미국프로풋볼(NFL) 명문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 로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