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도 소용없다…트럼프 책사 배넌 기소될 듯

대통령 사면 연방법만 적용…뉴욕검찰 사기혐의 기소 추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막판 사면을 받은 ‘옛 책사’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사면 조치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 사면이 적용되지 않는 주 법률에 따라 다시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일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시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멕시코 장벽 모금 사기 사건과 관련해 배넌을 주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한 소식통은 NBC에 맨해튼 지검 경제중범죄국이 배넌을 수사 중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의 전날 밤 보도를 확인해주면서 현재 관련 자료를 모으는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해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장벽 건설 목적으로 모금한 돈 중 100만달러(약 11억2천만원) 이상을 착복한 혐의로 배넌을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배넌은 공범들과 함께 2018년 12월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We Build The Wall)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개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모금을 통해 총 2천500만달러를 모금했다.

배넌 일당은 기부금 중 일부를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넌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연방 검찰의 기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무더기 사면 명단에 배넌을 포함하면서 없던 일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맨해튼 지검이 주법에 따라 배넌을 기소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법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배넌은 미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끈 트럼프 정권의 ‘설계자’다.

거침없는 발언과 공격적인 언행으로 국수주의적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낸 배넌은 정권 출범 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맡아 무슬림 등 일부 국가 출신들의 미 입국금지,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 공약 이행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다른 참모들과의 잦은 충돌과 돌발 발언 등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노를 산 끝에 2017년 8월 백악관에서 퇴출됐다. 당시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해법은 없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그룹의 각종 사기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