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2. 백인 마을의 ‘덮어주기’?…”GBI도 못믿겠다”

사망한 호스포드씨, 4피트 넘는 발코니 난간 넘어 추락?

변호사 “GBI, 검시결과 요청 무시…방어하다 생긴 상처”

파티 참석자와 카운티 경찰 커넥션도…GBI “철저 수사”

지난 2018년 11월3일 메트로 애틀랜타 포사이스카운티 경찰에 사고사로 결론내려졌던 흑인여성 탬라 호스포드씨의 사망사건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사건의 의문점과 향후 수사 전망을 살펴본다.

숨진 호스포드씨/Family Photo

 

◇ 현장 출동 수사관 “2층 추락 아니라 땅에서 넘어진 것”

공개된 검시결과에 따르면 호스포드씨의 사체에는 머리와 목, 상체, 사지, 얼굴 등에 타박상이 있었고 두개골과 두뇌에 4종류의 출혈도 발견됐다. 특히 오른쪽 손목과 다리, 팔 등에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가 있었고 심장 오른쪽 근육에서도 자상이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해 사건을 조사했던 카운티 셰리프국의 마이크 크리스천 수사관은 조서에 “사망자의 정강이에서 발견된 상처가 인근 조경용 암석과 일치한다”면서 “사망자는 2층의 데크에서 추락한 것이 아니라 뒤뜰에서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크리스천 수사관은 이같은 내용을 호스포드씨의 가족들에게도 전달했다.

하지만 GBI 검시관은 “사망자의 상처는 2층에서 추락했을 때 나타난 것으로 보는게 합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크리스천 수사관은 “사망자 가족들에게 내 생각을 여과없이 전달해 혼선을 빚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파티에 참석했던 스테이스 스미스는 경찰 조사에서 “그녀가 2층 발코니에서 떨어졌을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스미스는 “그 발코니에 수백번 나가봤지만 그녀가 술에 취해 4피트가 넘는 발코니 난간을 넘어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호스포드씨가 난간에 올라앉아 담배를 피우다 밑으로 떨어졌을 수 있다”며 자신의 생각을 조서에 포함시켰다.

호스포드씨 가족의 랄프 페르난데즈 변호사는 8일 CNN에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GBI는 부검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GBI는 내가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체의 위치와 다양한 상처 부위 및 종류 등으로 미뤄 공격하는 용의자를 방어하다 발생한 상처로 추정된다”면서 “또한 사망후 발생한 출혈등을 감안할 때 호스포드씨의 사망은 사고사가 아닌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Courtesy of Justice For Tamla

 

◇ 백인 카운티의 수상한 커넥션

사건 이후 호스포드씨의 친구인 미셀 그레이브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건의 의문점을 낱낱이 공개하고 파티 참석자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911 신고 과정의 미심쩍은 행동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티 참석자들은 그레이브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집주인 진 마이어스의 남자친구 호세 베레아는 자신의 수사관 지위를 이용해 호스포드씨 수사파일에 접근했다가 적발돼 해고를 당했다. 이후 파티 참석자들은 그레이브스를 상대로 항소를 했지만 마이어스와 베레아는 이 항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주민의 대부분이 백인인 포사이스카운티는 지난 1912년 백인여성에 대한 강간 혐의를 이유로 카운티의 모든 흑인들을 무력으로 내쫓은 ‘인종청소’사건으로 악명이 높은 지역이다. 이후 1990년대까지 카운티의 흑인 주민은 14명에 불과했고 이후 주택단지가 개발됐지만 흑인 대신 인도계와 한인 등 아시아계가 대거 유입됐다.

롤링스톤지에 따르면 포사이스카운티 부검시관인 크리스 셸턴은 지난 2014년 흑인노예 여성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의미를 지닌 ‘매미 인형(Mammy dolls)’과 찍은 사진을 배포한 혐의로 경찰직에서 해고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6년 카운티 셰리프 선거에 출마한 론 프리먼 후보의 캠페인을 도왔고 프리먼 후보는 셰리프에 당선되자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셸턴을 부검시관으로 임명했다. 셸턴은 부검시관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유명한 전직 경찰관인 브라이언 디블로이스가 운영하는 전과자 교육기관인 ‘오퍼레이션 21’에서도 근무하고 있다.

디블로이스는 프리먼 셰리프의 친구이며 아내 애나는 2016년 선거당시 프리먼 후보 캠프의 재정담당으로 일하기도 했다. 특히 디블로이스는 톰 스미스와 스테이시 스미스 부부 등 당일 문제의 파티에 참석한 인물들과도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포사이스카운티 법무팀은 “프리먼 셰리프와 디블로이스 가족은 파티 참석자들과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호스포드 가족의 단란했던 한때/Family Photo via 11alive

 

◇ 피해자 가족 요청 아닌 전국적 압력에 재수사 결정

CNN은 “사건 발생 19개월, 수사 종결 16개월만에 GBI가 전격적으로 재수사를 결정하게 된 것은 가족과 친지들의 지속적인 요청 때문이 아니라 전국적인 인종차별 시위의 압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검시결과와 사건기록 공개 등을 요구했던 가족들에게 GBI와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마무리했고 의혹은 없다”며 모든 요청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피살사건과 6월 애틀랜타 웬디스 매장의 레이샤드 브룩스 피살사건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인종차별 철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 사건에 대해 전국적인 관심이 높아졌고 유명 흑인 연예인들과 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사건의 의혹이 부각된 것이다. 결국 포사이스카운티 론 프리먼 셰리프는 지난 6월 12일 GBI에 공식 서한을 보내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동안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던 GBI도 6일만인 6월18일 “사건을 원점부터, 철저하게 재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CNN에 따르면 이후 3개월 가까이 별다른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8일 인터뷰한 호스포드씨의 여동생 서머 세인트 주언 존스씨는 “언니는 슈퍼맘이었고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면서 “언니가 술에 취해 이상한 행동을 하다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들의 코멘트 요청에 GBI 넬리 마일스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는 시민은 곧바로 제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즈 변호사는 CNN에 “사건을 덮었던 GBI가 독립적인 재수사를 한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연방 수사국(FBI)아 사건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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