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1. 백인파티 참석 흑인엄마 의문사…2년만에 재수사

조지아 커밍시 ‘풋볼맘’ 파자마 파티 참석…다음날 뒤뜰서 숨진재 발견

경찰 “추락사” 조기종결…수상한 증인행동, 이해못할 검시기록 드러나

플로이드 사망 후 전국서 재조사 요청 밀물…GBI “원점부터 다시 수사”

지난 2018년 11월 백인 여성들로만 이뤄진 ‘파자마 슬립오버 파티’에 참석했다가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된 40세 흑인 여성의 사건이 거의 2년만에 재수사를 받게 됐다.

8일 CNN에 따르면 조지아주 수사국(GBI)은 지난 2018년 메트로 애틀랜타의 한인타운 가운데 하나인 포사이스카운티 커밍시에서 발생한 탬라 호스포드(40)씨의 사망사건을 원점부터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파티에 참석한 호스포드씨/Family Photo

 

지난 2년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 사건은 의외로 애틀랜타 언론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의 여파로 흑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조사 요청이 이어졌고 결국 관할 포사이스카운티 셰리프국은 지난 7월 GBI에 독립적인 재수사를 요청했다.

발생 22개월이 지난후에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탐라 호스포드씨의 사망사건을 재구성해본다.

◇ 사망 당일

남편과 5명의 아들을 둔 호스포드씨는 지난 2018년 11월 3일 아들과 함께 풋볼을 하는 백인 친구의 엄마로부터 생일파티 초청을 받았다. 여자들만 모여 파자마 슬립오버 파티(slumber party)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날 밤 8시30분 초대받은 커밍시의 주택에 도착해 보니 7명의 백인여성 외에 집주인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3명의 남성이 더 있었다. 간단히 술을 마시며 대학풋볼 경기를 보고 보드게임을 즐긴 참석자들은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 지하에 살고 있는 집주인의 이모가 뒤뜰에서 얼굴을 땅으로 향한채 숨져있는 호스포드씨를 발견했지만 집주인의 남자친구인 호세 배레아는 30분이 지난 9시에 911에 신고를 했다. 911 녹음 기록에 따르면 “손목에 자해로 보이는 작은 자상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한 여성은 “2층 발코니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파티 참석자들은 경찰에 “사망자가 흠연을 하느라 자주 발코니를 왕래했다”고 증언했으며 경찰은 별다른 조사 없이 2층 발코니에서 추락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사체가 발견된 뒤뜰./Forsyth County Sheriff’s Office

 

◇ 초기 조사

현장에 출동한 포사이스카운티 셰리프국 소속 수사관들은 호스포드씨의 사체에서 여러 개의 심각한 타박상과 골절을 발견했고 알코올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기록했다. GBI의 검시결과 호스포드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운전 허용 수준(0.08)의 3배에 이르는 0.238이었고 대마와 우울증 치료제인 자낙스(Xanax) 성분도 몸에서 검출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미 2층 발코니에서 추락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지문채취나 현장 보전 등을 전혀 하지 않았고 강간 시도 여부를 조사하는 성범죄자 키트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스포드씨의 몸에서는 추락에 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얼굴과 손목, 손 등의 자상과 함께 심장 근육에도 칼로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발견됐다.

이러한 초기 수사 과정의 문제점과 수상한 상처 등으로 인해 가족들과 친구들은 파티 참석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지만 포사이스카운티 수사당국은 “30명의 관계자를 인터뷰했다”는 발표와 함께 2019년 2월 20일 사건을 ‘사고사’로 결론짓고 종결했다.

해고된 호세 베레아/Forsyth County News

 

◇ 전국적인 관심 집중

사건 발생후 지속적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고사가 아닌 살인’이라는 주장이 퍼져나갔지만 경찰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8일 집주인의 남자친구이자 사건을 처음 911에 신고한 호세 베레아가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다 해고되는 사건이 터졌다.

포사이스카운티 법원의 수사관(pre-trial officer)인 베레아는 자신의 ID로 법원의 수사기록에 2차례나 접근해 기록을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를 당했다. 베레아는 2016년에도 포사이스카운티 교정국 수사관으로 일하다 공개되지 않은 이유로 해고당한 전력이 있다.

또한 롤링스톤지에 따르면 파티에 참석했던 백인 부부가 포사이스카운티 셰리프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브라이언 디블로이스와 막역한 사이임이 드러났다. 은퇴한 경찰관인 디블로이스는 카운티의 전과자들을 상대로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오퍼레이션 21이라는 기관의 오너이며 카운티의 부검시관인 크리스 셸턴이 이 기관에서 유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건의 재수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홈페이지가 개설됐고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50센트와 킴 카다시언 등 유명인사들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정의 구현’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