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 110여명, 백신 반대 소송

휴스턴 감리교병원 직원들 “기니피그 되기 싫다”집단 반발

인체실험 제한 ‘뉘른베르크 강령’ 들어 백신 의무접종 반대

미국 한 병원의 직원 110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라는 병원의 지침에 “우리를 실험대상으로 내몰고 있다”며 단체로 소송을 제기했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있는 휴스턴감리교병원의 직원 117명은 백신을 맞지 않더라도 고용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병원이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주법과 공중보건 관련 연방 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정식 사용 승인이 아닌 ‘긴급 사용’ 승인이 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의무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백신 강요는 동의없이 이뤄지는 인체 실험을 막기 위해 제정된 ‘뉘른베르크 강령’ 등 의료윤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도 주장하면서 “병원이 우리를 인간 ‘기니 피그’가 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뉘른베르크 강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인체 실험과 같은 끔찍한 실험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3월 말 휴스턴감리교병원은 모든 직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면서 마감 시한을 다음달 7일로 공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고령층과 교사,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했으나 이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WP는 이번 소송으로 고용주가 직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판가름이 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소송에는 이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안내 창구 담당자, 기술직, 행정직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소송을 주도한 간호사 제니퍼 브리지스는 이미 알려진 백신이라면 무엇이든 맞을 의향이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연구는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최고경영자(CEO) 마크 붐은 백신 접종이 “환자를 지키기 위해 의료계 종사자로서 수행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라면서 의무화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전체 직원 2만6000명 중 99%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WP는 미국 내 기업 대부분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버지니아대학교 등 일부 대학들은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휴스턴감리교병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