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일 확진자 10만명에도 ‘위드 코로나’ 속도

다시 화려해진 뉴욕…관광 명소에 사람 몰리는 워싱턴DC

제76차 유엔총회 기간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밤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뉴스1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미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환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일상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번화가와 유명 관광지엔 관광객 등 사람들로 가득하고, 학교는 정상적인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긴 하지만 종교 행사도 사람들이 연이어 앉는 등 코로나 이전처럼 되돌아갔다.

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는 대체로 유연성 있는 코로나 지침과 적극적인 백신 접종 정책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사실상 ‘위드 코로나’에 본격적인 전환에 돌입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화려해진 뉴욕의 밤…브로드웨이 재개장, 야외 콘서트에 수백명 운집

뉴욕의 밤이 다시 화려해졌다. 뉴스1이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과 20일 찾은 미국 뉴욕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 외엔 그야말로 코로나 예전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뮤지컬의 중심지인 브로드웨이는 ‘라이언 킹’과 ‘시카고’, ‘위키드’ 같은 대작들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관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0대의 한 남성은 지난 19일 뉴스1과 만나 “이렇게 다시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3월 이후 문을 닫았던 극장들은 지난 14일부터 다시 불을 밝힌 상태다.

뉴욕의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뉴욕 맨해튼 중심에 위치한 브라이언트 공원에선 ‘피크닉 포퍼먼스’라는 주제로 콘서트가 열렸다. 밴드의 야외 공연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렸고, 노래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은 “뉴욕, 뉴욕”을 함께 외쳤다. 50대의 한 흑인 남성은 뉴스1에 “이게 바로 뉴욕”이라고 강조했다. 관람객들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띄어 앉기는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뉴욕의 핫플레이스인 타임스퀘어 광장도 마찬가지였다. 타임스퀘어 광장의 밤은 형형색색의 광고판 불빛으로 물들었고, 사람들은 자유를 만끽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착용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그나마 광장 한쪽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설치돼 저녁 9시 정도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실내에선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방역 지침이 강화됐다. 특히 커피숍과 식당, 체육관 등 실내에 머물기 위해선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반드시 제시해야 했다. 뉴욕은 지난달 실내 시설에 출입할 때 최소 1회 이상의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는 권고 기간을 거쳐 지난 13일부터 접종 증명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실제 뉴스1이 방문했던 커피숍과 식당, 펍 등에선 모두 접종 증명서 제시를 요구했다. 기자는 한국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한 탓에 미국 기관에서 발행한 증명서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한국 질병관리청에서 발행한 영문 접종증명서를 촬영한 사진과 실명을 대조할 수 있는 여권이나 신용카드 등을 보여주고 실내에 입장할 수 있었다.

뉴욕의 한 커피숍 입구에 붙은 백신 접종 증명서 제시 공지문.© 뉴스1

뉴욕이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면서 한때 하락세를 보였던 맨해튼의 월세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복귀했다고 한다.

자녀 2명을 모두 뉴욕에 있는 대학에 보내고 있는 한 50대 한국인 남성은 “코로나로 인해 뉴저지 쪽으로 사람들이 옮겨가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맨해튼 링컨센터 인근에 있는 60㎡(18평)가량의 원룸 월세가 2300달러 정도 됐는데, 지금은 4700달러 수준”이라며 “몇 개월 만에 월세가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워싱턴DC 주변도 일상 회복의 기운이 완연했다. 뉴욕처럼 워싱턴DC 인근 지역도 야외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인파들이 적지 않았지만, 언뜻 보기엔 뉴욕보단 마스크 착용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탑 등 워싱턴DC내 관광 명소들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18일 링컨기념관 인근의 필드하키 경기장에선 100명가량 사람들이 모여 라크로스 경기를 즐겼다.

타임스퀘이 광장 내에 있는 코로나19 검사소.© 뉴스1

인근 번화가인 조지타운에는 이곳의 문화를 향유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명 컵케익 집 앞에는 긴 줄이 서 있었지만, 사람들은 거리두기 간격을 그리 지키지 않는 듯 했다. 한 30대 여성은 자신이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히면서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은 야외에선 자유롭게 있는다”라고 전했다.

뉴욕도 마찬가지지만, 조지타운의 식당들도 야외 테이블을 마련해 자유롭게 식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야외 테이블은 백신 접종 유무에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뉴욕의 식당에서도 야외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에 대해선 백신 증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개학 한달, 대체로 정상적 운영…종교활동도 본격 정상화

지난 학기까지 코로나로 인해 주로 화상수업을 해 왔던 학교들도 지난 8월 하순부터는 다시 문을 열었다.

각 주마다 교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놓고 갈등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교사들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부모들을 상대로 만12세 이상 학생들의 백신 접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학한 지 한 달가량 지난 가운데, 델타 변이의 급격한 확산 속에서도 일부를 제외한 학교들은 대체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학교는 한국과 달리 좀 더 유연한 방역 지침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의 경우, 교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증상이 없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3피트(약 91.5㎝)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면 별도의 격리 조치 없이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1주일가량 집에 머물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워싱턴DC 조지타운에 있는 한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 뉴스1

다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쿨버스 기사들의 이탈로 학기 초에 ‘스쿨버스 대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가 폐쇄되면서 스쿨버스를 운전하는 직업이 불안정한 직업으로 인식이 됐고, 스쿨버스 기사들이 좀 더 안정적인 다른 직업을 찾아 상당수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주 정부마다 스쿨버스 기사를 구하기 위해 시급을 올리거나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

종교 활동의 정상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띄어 앉기를 하지만, 대체로 정상적인 종교 행사가 진행된다. 뉴저지 내의 일부 교회에선 백신을 접종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거리두기 없이 과거처럼 연달아 앉아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델타 변이로 코로나는 여전히 급증세…성인 76.7% 한 차례 이상 백신 접종

미국인들이 빠르게 일상을 되찾고 있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코로나19는 여전히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일상 회복으로 인해 사람들간 접촉면이 늘어나면서 불가피한 결과로 보고 있다.

22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2만1918명으로, 누적 확진자수는 4236만3951명에 달한다. 전날(21일) 일일 사망자는 1972명으로, 지난 2월20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평균 사망자 수치도 지난 3월 이후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수는 67만7086명에 달한다.

사망자수는 대체로 백신을 접종률이 높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은 사망자 수가 적고, 입원 비율도 높지 않다.

백신 접종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초보다 속도가 더뎌졌지만,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18세 이상의 미국 성인 76.7%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한 상태다.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성인은 66.1%다.

워싱턴DC내 워싱턴 기념탑 주변 잔디밭에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하얀색 깃발들이 사망자 숫자만큼 꽂혀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