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언론 읽기] 미국 코로나19 검사량 줄어서 문제?

NYT, “이달들어 첫 감소…가을 앞두고 검사건수 적어져 재앙”

6월 하루 51만건→7월 75만건→8월 73만3천건, 비슷한 수준

같은 신문 지난달엔 “검사건수 보다 양성판정 비율이 더 중요”

미국 언론도 한국 못지 않게 노골적인 정파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 폭스뉴스 등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며 기사의 취사선택에도 큰 차이를 드러낸다. 미주 한인의 시각에서 미국 언론의 ‘색깔’을 벗기고 나름대로 팩트를 체크해본다. /편집자주

<언론 보도>

뉴욕타임스(NYT)가 15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 규모가 이번 달 들어 처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코로나 추적 프로젝트’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검사 규모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면서도 20개주에서 코로나 검사 건수가 줄었고, 보건복지부가 수집한 자료에서도 전국적으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NYT는 “학교 문을 다시 열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코로나19 검사 규모마저 줄어든다면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코로나 검사예산을 삭감하려고 하는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검사량 보다 검사 대비 양성판정 받은 비율이 중요하다는 이견도 있지만 검사 규모 축소가 가장 우려할만한 지표라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하버드대 국제보건연구소를 인용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100만명, 신규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 400만명을 검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팩트 체크>

뉴욕타임스의 주장대로 미국의 검사 건수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검사량은 지난 4월 하루 평균 17만2000건에 불과했지만 5월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해 6월에는 하루 평균 51만건, 7월에는 75만건으로 급증하다 8월 들어 하루 평균 73만3000건으로 약 1만7000건 감소했다.

증가세가 약간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뉴욕타임스의 주장대로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한 7월 초순에 하루 50만~60만건을 기록하다 하순에 80만건으로 급증했듯, 8월 역시 초순에는 60만~70만건을 기록하다 12일 이후부터 80만건 이상의 검사량을 보이고 있어 8월 전체 평균은 7월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참고로 인구가 5200만명인 한국의 현재까지 총 검사건수는 168만여건으로 인구의 3.2%만이 검사를 받았지만, 인구 3억3000만명인 미국의 총 검사건수는 7015만건(CDC통계, 항체검사 포함)으로 인구의 21%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인구대비) 전세계에서 검사건수가 가장 많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하자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검사건수 보다 검사 대비 양성반응 비율이 더 중요하다”며 이날 보도와는 상반된 주장을 전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검사 대비 양성반응 비율이 0.9%로 전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은 양성반응 비율이 9%(항체검사 포함)로 한국의 10배에 이른다.

검사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진자 추적이 불가능하게 양성반응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검사량만 계속 늘린다면 바이러스 통제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동안 검사에서 소외됐던 인종별, 지역별 그룹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검사를 ‘광범위’하게 하고,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 비율이 5% 미만일 때 해당 지역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뉴욕타임스가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 주장한 하루 400만명 검사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루 400만명을 검사해 결과를 처리하려면 현재의 5~6배에 해당하는 인력과 자원이 투입돼야 하며 1달에 1억2000만명을 검사해 양성반응 비율이 5%일 경우 600만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올텐데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추적할지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연방 보건복지부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9월까지 매달 최대 5000만명을 검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2.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상연 대표기자

LA다저스 홈구장에서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차량 행렬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