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갱단, 어린이 등 미국인 9명 집단 살해

여성 3명과 자녀 6명 숨져…모두 모르몬교 신자

트럼프 “마약 카르텔 지구서 쓸어 버릴 때” 분노

총격으로 불에 탄 피해 차량./BBC 캡처, 크레딧=로이터

멕시코에서 미국인들이 집단으로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멕시코 북부 소노라주에 거주하는 모르몬(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신자들로서 결혼식 참석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중 집단 사격을 받고 최소 9명이 숨졌다. 총격은 마약 갱단이 가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이 미국인 일행을 직접 노린 것인지, 오인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타주 몰몬교에서 분파한 이들 신자들은 20세기초 멕시코로 건너와 자신들의 ‘르바론 콜로니아’를 세우고 집단 생활을 해왔다. 르바론측은 총격 공격으로 여성 3명과 이들의 자녀 6명이 숨졌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12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부 희생자는 차량 방화로 산 채 불태워져 숨졌다.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해온 이들은 ‘마약의 해악’ 등을 주변에 설파해 갱단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르바론 가족을 이끄는 줄리언 르바론은 2010년 댈러스모닝뉴스에 멕시코는 조직범죄(마약 카르텔)와 맞서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약 갱단이 차량 행렬을 라이벌 갱단으로 오인해 총격 살해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지역은 ‘후아레스 카르텔’ 일파인 ‘라 리네아’와 시날로아 카르텔인 ‘로스 차포스’ 양대 갱단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시날로아는 지난달 멕시코 경찰이 차포스 구즈만의 아들을 체포했다가 갱단의 무차별 공격에 도로 풀어주는 수모를 당한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  “마약 카르텔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때”라면서 멕시코 정부에 조직 소탕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를 통해 “유타주에서 온 멋진 가족들과 친구들은 서로를 향해 총을 쏘던 두 마약조직 사이에 끼였다”면서 “그 결과 어린아이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이 죽었고 일부는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멕시코가 이 괴물들(마약 조직)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면, 미국은 기꺼이 개입할 수 있으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멕시코의 위대한 새 대통령이 이것을 큰 이슈로 만들었지만, 마약 카르텔은 너무 크고 강력해져서 물리치려면 군대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에 전쟁을 선포하고 지구상에서 그들을 쓸어버릴 때”라면서 “우리는 당신의 위대한 새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도움을 환영하지만 멕시코의 독립성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화하겠다”면서도 “이런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멕시코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정부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사건 발생지에 병력을 투입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친척이라 소개한 줄리안 르배런은 이번 사건을 “학살”이라고 묘사하면서 “남자아이 4명과 여자아이 2명, 여성 3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현재 소셜미디어(SNS)에는 사망자들이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차량이 총알 자국이 찍힌 채 새까맣게 타고 있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으나, 영상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