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맞아 신규 확진자 ‘불꽃 증가’

플로리다주 뉴욕 코로나 정점 때와 맞먹는 수준

해변 폐쇄, 불꽃놀이 취소로 예년과는 다른 풍경

독립기념일인 4일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계속되며 일부 주에서 또다시 신규 환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많은 사람이 바닷가로 몰리고, 밤에는 가족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거나 친구·친지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게 관행이지만 올해 독립기념일에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불꽃놀이 등 많은 행사가 취소되면서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폐쇄되면서 텅 빈 미 캘리포니아주 한 비치의 모습. [AFP=연합뉴스]

신규 코로나19 확산지인 플로리다주에서는 이날 또다시 신규 환자 최대 기록이 나왔다고 CNN은 보도했다.

지난 2일 처음으로 1만명을 넘기며 1만109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은 1만1445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누적 환자는 19만52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뉴욕주에서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때와 맞먹는 규모다. 이보다 더 많은 신규 환자가 나온 것은 4월 15일 뉴욕주에서 1만1571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뿐이다.

텍사스주에서도 이날 8258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면서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은 날로 기록됐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가 3113명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중환자실(ICU) 점유율은 90%, 일반 병실 점유율은 85%까지 올라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체 집계를 기준으로 미 전역의 7일간 평균 신규 환자 수가 이날 4만8321명으로 집계되며 26일 연속으로 새 기록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주는 독립기념일인 이날 신규 환자 수 등의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연휴가 끝난 뒤에야 신규 환자의 정확한 증감 추이를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4일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해변이 폐쇄되자 사람들이 해변 인근의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CNN은 이날 기준으로 최근 1주일간 나온 신규 환자가 그 전 1주일보다 늘어난 곳이 37개 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그 중 플로리다·조지아·네바다·캔자스·아이다호·몬태나주 등 11곳은 증가율이 50%를 넘었다. 환자가 감소한 곳은 버몬트주 1곳에 그쳤다.

경제 재개의 선봉에 섰던 조지아주는 최근 1주일 새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전주보다 50% 이상 증가한 가운데 1400명이 넘는 의료 종사자들이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더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에게 보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주지사에게 술집·나이트클럽을 문 닫고 종교시설을 포함해 25명 이상이 모이는 실내 모임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주 전역에 얼굴 가리개를 의무화하고 주지사가 시장 등에게 재량에 따라 규제를 시행하도록 허용할 것도 권고했다.

이처럼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하는 대형 민간 연구소들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게 지연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검사 결과의 지연은 확진 환자를 판명해 격리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신속히 가려내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민간 연구소 ‘퀘스트 다이어그노스틱스’는 최근 검사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평균 3∼5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랩코프’도 검사 결과 회신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고 있는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해변이 폐쇄됐다. 그러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머틀비치나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는 뉴욕·뉴저지주의 해변은 이날 방문객을 맞았다.

WP는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가 코로나19의 유행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갑작스럽게 행동을 바꿀 준비가 된 미국인들이 충분히 있는지를 가늠할 시험대라는 것이다.

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 행사 ‘2020 미국에 대한 경례’에 참석한 사람들. [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