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시즌 온다…코로나·독감 동시 진단키트 개발

증상 유사해 구분 힘들어…대형 제약사들 신속 생산 총력

미국 대형 제약사들이 가을 독감 유행을 앞두고 한 번의 검체 채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성 독감을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검사 키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진단 능력을 압도해 더 큰 피해를 촉발했던 7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매년 4500만명이 독감에 걸려 이 중 3만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문제는 반년째 대유행 중인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해 두 질병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노라 퀘스트와 애벗연구소 등 미국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신속 키트 생산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애리조나주 진단 검사의 80%를 취급하는 소노라 퀘스트는 검사 용량을 10배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현재 하루 1만건 가량을 처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검사 용량은 일일 10만건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보스턴 소재 바이오기업 징코바이오웍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찾는 검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 가을까지 세탁기 크기의 바이러스 분석기를 사용해 하루 10만건 이상을 검사하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애벗연구소 등도 선별 연구소를 거칠 필요가 없는 코로나19 신속 키트를 대량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제약사들이 이처럼 서두르는 배경에는 가을 독감이 있다. 코로나19와 독감 모두 발열과 피로 등 유사한 증상을 보여 진단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 검사 수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쏟아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4만~5만명 규모다.

미국병리학회(CAP) 에밀리 볼크 학회장은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능력에 대해 “진주만 폭격 이후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가을 독감 시즌,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19와 독감 모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RSV) 등과 증상이 유사해 진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막기 위해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는 키아젠과 바이오파이어 다이어그노틱스가 개발한 복합 검사(multiplex tests)를 긴급 승인했다. 퀴델 역시 코로나19 신속 키트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내달 말까지 코로나19 항원-독감 동시 진단 검사를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