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통큰 지원에 감사합니다”

산업은행 ABS 인수 포함해 1조2000억원 투입

코로나 충격 최소화 총력…”기간산업 보호 환영”

벼랑 끝에 내몰렸던 대한항공 숨통이 트였다. 직‧간접 일자리만 25만개가 달린 항공업이 코로나19 여파에 고사위기에 처하자 정부와 국책은행이 통 큰 지원안을 내놨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지원 방식과 규모가 파격적이다. 항공업계가 기존에 요청했던 채권 보증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로 기간산업 보호에 나선 정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4일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를 포함해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하반기에는 산은이 운영 중인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200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항공사들은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항공기 운임 등 매출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대한항공의 유동성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자체 신용만으로는 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 이른 대한항공 입장에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파고를 버틸 발판을 마련됐다.

산은은 ABS 인수를 포함해 사실상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고사위기에 처한 항공업 살리기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대한항공 영구채 3000억원도 인수한다. ABS와 영구채를 더한 자금투입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대신 영구채를 인수하는 만큼 산은은 대한항공 지분 10.%를 보유하게 된다.

운영자금 2000억원은 후순위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투입한다. 대규모 휴업과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매각 등 대한항공의 강도 높은 자구책에도 코로나19 피해가 누적되자 발 빠른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걱정해야 했던 대한항공은 한숨 돌리게 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4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총 8770억원가량이다. 세부적으로는 4월 2400억원, 8월 1850억원, 9월 3470억원, 10월 350억원, 11월 7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달 갚아야 하는 2400억원은 2월 1600억원의 차환발행과 지난달 말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자금을 확보했지만 8월, 9월에 몰린 5000억원 이상의 회사채 상환이 불투명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물류와 일자리를 책임지던 항공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 및 국책은행이 강력 대응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정부가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계획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으로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기금을 설치하려면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한데 경영난이 심각한 항공업을 우선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간산업 지원안을 발표하자마자 산은을 통해 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정부가 빠른 대응에 나섰다”며 “산업별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적재적소에 여력을 투입하면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7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23일 밝혔다..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공항직원들이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