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6 Apri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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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 MBC 압수수색 사태, 미국선 상상 못한다

생명위협·국방기밀 고의 유포 아니면 압수수색 못해

대학신문 편집국 압수수색 후 법률로 언론자유 보장

본보 이상연 대표는 한국 매체 뉴스버스에 한국 MBC 보도국 압수수색 사태와 관련해 칼럼을 기고했다. 해당 칼럼을 전재한다. /편집자주

경찰이 30일 MBC 보도국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MBC관계자들이 1층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경찰이 30일 MBC 보도국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MBC관계자들이 1층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MBC 보도국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도를 놓고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의 자유를 어떤 가치보다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가 답이다.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1980년 제정된 사생활 보호법안(Privacy Protection Act)을 통해 언론·출판사나 언론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Search and Seizure Warrant) 발부 조건을 어떤 기관이나 개인보다 엄격하게 강화했다. 실제 이 법률 공포 이후 지난 43년간 단 한 번도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거나 집행된 적이 없다.

이 법안은 “다른 어떠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형사범죄의 수사 또는 기소와 관련해 신문과 서적, 방송 등에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작업 자료를 압수수색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즉 편집국이나 보도국 등 언론기관은 물론 언론인 개인에 대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 발부 시도를 봉쇄한 것이다.

영장 발부가 가능한 조건도 규정했는데 ▷자료를 소지한 사람이나 기관이 국방기밀이나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고의적으로 유포하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증거가 있거나 ▷해당 자료의 압수만이 사람의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 상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같은 증거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다 언론사에 대한 수사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영장 발부는 꿈조차 못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불법이민 단속 등을 놓고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연방 이민국(USCIS)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후 별도의 지침을 통해 “뉴스 미디어나 언론인에 대해 법적인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것은 이민국의 역할이 아니다”며 “우리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이같은 법률이 제정된 데는 스탠퍼드대학 신문사인 ‘스탠퍼드 데일리’에 대한 압수수색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1년 캘리포니아주 경찰은 한 병원에서 발생한 시위에서 경찰관 9명이 시위대에 의해 부상을 입자 주동자를 가리겠다며 당시 보도사진을 찍었던 스탠퍼드 데일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스탠포드대학 신문사인 스탠포드 데일리. (사진=크리스탈 첸 / 스탠포드 데일리)
스탠포드대학 신문사인 스탠포드 데일리. (사진=크리스탈 첸 / 스탠포드 데일리)

베트남전이 격화하고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미국 정치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1970년대에만 언론사를 대상으로 최소한 15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는데, 이 가운데 13건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관 4명은 스탠퍼드 데일리 편집국을 수색해 해당 사진을 찾아냈고 이 과정에서 사진 인화실과 기자들의 책상, 서류함 등을 마구 뒤졌다. 대학신문사는 즉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와 부당한 압수수색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서는 모두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소송 7년만인 1978년 “수정헌법 4조에 따라 압수수색 대상과 장소, 물건 등이 특정된 영장은 유효하다”면서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판결은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연방 의회는 표현의 자유가 더 소중하다며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여야 합의로 이끌어낸 것이다.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의 호세 사리에고 교수는 “언론은 권력의 강력한 정면 공격 뿐만 아니라 교묘한 간섭에 의해서도 억압받지 않도록 보호돼야 한다”면서 “효율적인 법 집행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존중돼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