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버스] “한국 대통령실 감청 쯤이야”…러시아·이스라엘 손바닥 안

기밀문서 통해 영화 같은 미국 정보수집 능력 고스란히 유출

미국, 정보수집 기술 노출 난리인데, 한국선 ‘위조 정보’라고?

본보 이상연 대표가 뉴스버스에 기고한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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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국가 안보 기밀문서가 게임 채팅 사이트를 통해 어이없이 유출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탑 시크릿’ 문건의 기밀 내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유출된 문건을 통해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과 방식 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유출된 기밀 문건에 한국의 안보실 관계자를 감청한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유출된 문건을 통해)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했지만, 미국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1월부터 게이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유출된 미 국방부의 특급 기밀문서 100여 페이지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러시아 텔레그램 그룹에 무작위로 유포됐다.

공개된 기밀문서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군의 전황과 일일 교전 보고, 동맹국 및 관련 국가의 동향 등이 포함돼 있다. 문서는 미국 정보당국이 이같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도청과 감청, 스파이 침투, 정찰위성 추적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특히 문서는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국가정찰국(NRO)의 첨단 위성동영상 시스템(LAPIS)의 정체와 활용법까지 담고 있어 미국 정보당국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단독 보도를 통해 “이번에 유출된 문서에는 중앙정보국(CIA)이 인간 에이전트(스파이)를 이용해서 러시아 용병그룹(와그너)을 도청한 방법 등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면서 “스파이들을 어느 지역에서 모집해서 어떻게 운용했는지까지 공개돼 있다”고 밝혔다.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라고 부르는 이 기법은 사람을 이용한 정보수집 방식으로 가장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한국과 국가정보기관 모사드에 대한 도청 정보가 들어있는 이스라엘 관련 문서에는 코민트(COMINT, Communication Inttelligence)와 시긴트(SIGINT, Signals Intelligence)라는 기법이 등장한다. 모두 도청이나 감청을 일컫는 말이지만 시긴트가 상위 개념이다. 뉴스버스가 확인한 한국 대통령실 관련 정보에는 ‘TS’와 ‘SI-G’ 등의 약자가 붙어있다. TS는 1급비밀(Top Secret)의 약자이고 ‘SI-G’는 ‘Special Intelligence-GAMMA’의 약자로 출처를 숨겨야 하는 특수정보라는 뜻이다. ‘SI’는 코민트(COMINT)를 대체해서 쓰이는 말이고 감마(GAMMA)는 외국 정상에 대한 정보를 포함할 때 쓰이는 용어다. SI(COMINT)는 전자통신 인터셉트(Intercepttion of Communication)를 의미하는데, 미 정보당국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사이의 전화나 메시지 등을 감청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낳고 있다.

유출된 기밀문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던 첨단 위성동영상시스템인 라피스(LAPIS)가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미 정보당국 가운데 그동안 한번도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곳이 국가정찰국(NRO)인데, 이 국가정찰국이 제공한 정보가 이 문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출된 문서에는 첨단 위성시스템인 라피스(LAPIS)를 이용한 시간대별(Time-Series) 동영상 캡처가 포함돼 있다. 이 동영상 캡처는 적외선을 이용해 러시아군의 배치와 전투기 운용 상황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피스(LAPIS) 시스템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공개된다면 러시아 당국이 집중적인 교란 작전을 벌일 것으로 우려된다”는 군사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그동안엔 국가정찰국(NRO)에 대해 군사위성을 이용해 정보 수집을 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 업무가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 소속으로 군사 위성을 이용해 공중 및 우주 정찰 업무를 수행하고, 공군 장성이 국장을 맡고 있다는 정도 외에는 알려진 게 없었다.

또 이번 유출된 문서를 통해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 군과 러시아 정보당국에 광범위한 첩보 네트워크를 심어놓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미국 언론들은 “미 정보당국이 수십억달러를 지원한 우크라이나보다 사실상 적대 국가인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면서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의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내부 정보를 손바닥 처럼 알고 있는 것도 놀랍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출된 문건으로 인해 미 정보당국은 그간 구축해놓은 ‘정보망’의 손실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