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인 교회의 문제,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지난 20일 오전 11시30분 둘루스의 프렌치 카페인 ‘라 마들렌’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근 아틀란타한인교회 사태와 관련해 김세환 담임목사 측이 한인 미디어를 초청해 회견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 회견 만큼은 웬지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 가는 것이 업인 사람이지만 내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 회견이 바로 그런 자리였다.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교회와 교단 내부’의 문제인데 이를 전체 한인사회에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교계신문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애틀랜타 K는 ‘가능하면 종교단체 내부에서 벌어진 분규, 즉 세상 법률이 아닌 교단 자체의 규정에 의해 판가름나는 분란에 대해서는 범죄행위나 일반 법정의 소송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종교단체 내부의 사태를 시시콜콜 보도하는 것은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목적 보다는 선정적인 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고 ‘언론의 자유’만큼 소중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인교회에 앞서 비슷한 분규를 겪고 있는 캅카운티 마운트벧엘교회의 문제도 주류언론들은 교단이 교회를 카운티 법원에 고소하면서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당 교회 인사들이 일반 언론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한인 교회들이 미국 한인사회에서 갖는 위상과 영향력, 애틀랜타에서 가장 큰 한인 교회 가운데 하나인 곳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결국 참석을 결정했다.

기자회견장에 도착해보니 교회 교인 50여명이 모여 김세환 목사를 지지하는 검은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회견장에는 김세환 목사 외에 한인인 헬렌 김 변호사가 참석해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아틀란타한인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회(UMC) 교단의 부당한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분란이 있던 지난 7개월간 교단의 결정을 기다리며 침묵했던 김세환 목사도 이날 “고발인의 주장만 믿고 열심히 사역하는 목회자를 탈세와 도박 등의 용의자로 몰아세워 명예를 훼손하더니 결국 아무런 혐의도 찾지 못했음에도 담임목사 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다른 교회로 전임 명령을 내렸다”며 “나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한인에 대한 분명한 인종차별이라는 사실과 함께 동성애자의 성직자 임명을 반대하는 목회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계획이라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와 담임목사의 설명을 들으니 그동안 일부 한인언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듯이 보도됐던 한인교회 사태의 전말이 이해가 됐고, 평소 존경받던 목회자였던 김세환 담임목사의 호소가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기자회견 참석에 앞서 갖고 있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와 담임목사에게 가장 먼저 질문을 했다. 김 목사에게는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앞서 이같은 교회의 내부 문제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 한인사회에도 알려질텐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목사는 “나도 그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으며 일부 기독교를 비하하는 사람들이 속칭 ‘개독교’라고 부르며 이같은 문제를 이유로 교회들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같은 우려 보다는 교회의 성직자인 목사가 탈세나 도박 범죄자로 알려지는 것이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더 일으킨다는 판단으로 이렇게 한인미디어와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김 변호사에게 “(교단에서의 결정은 이미 종료됐으니) 카운티 등 일반 법원에서 법정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향후 가능성(possibility)이 있는 일이다”라며 법적 투쟁의 여지도 열어놓았다.

어쨌든 이날 기자회견으로 그동안 ‘교회 내부문제’였던 한인교회 사태는 애틀랜타 전체 한인사회의 관심을 받게 될 ‘커뮤니티 이슈’가 됐다. 아직도 교회 문제에 대해 해당 교회 교인이 아닌 일반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모두가 주목하는 갈등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앞서 언급한 마운트베델교회는 연합감리교단과의 분리(disaffiliation)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 교인 투표를 통해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아틀란타한인교회 구성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한인 교회들에 대한 실망감이나 기독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슬기로운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연 대표기자

김세환 목사(왼쪽)와 헬렌 김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교인들의 시위 모습.
검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교인들

2 thoughts on “[기자의 눈] 한인 교회의 문제,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1. 한인교회 이슈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바랍니다. 노년층에서 말하는 백인주류사회에 순응을 해야 편하다는 말을 들으면 답답함을 금치 못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정도 수준으로 올라온것이죠. 백인들이 우리가 순응해서 도와줘서 이뤄진게 아닙니다. 그런 애틀란타에서 한인사회에 그것도 최고 대형한인교회에 대해 이런식으로 7개월동안 묵언하게 하고, 문제에 대해 모두 무혐의 되었으나, 자신들의 맘에 안든다고 일방적 처리하는것은 우리 한인사회를 무시하는 처사죠. 만약, 백인 흑인계 대형(사실 규모는 중요치 않음)교회에 이런식으로 일을 처리를 하는것은 상상을 할수 없는 처사입니다.

  2.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교회와 교단 내부’의 문제인데 이를 전체 한인사회에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이 부분은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한인 교회를 향한 백인들의 테러를 내부의 문제라고 단정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가정들이 안그래도 힘든 코로나 와중에 핍박을 받고 정신적인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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