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낙점한 미래 먹거리 ‘PBV’ 뭐길래

기아, 25년만에 국내 완성차 공장 건설…2024년 PBV 전용공장 완공

‘움직이는 생활공간’…목적 따라 차량 제작 2030년엔 신차 4대중 1대

송호성 기아 사장. (기아 제공)

기아가 ‘글로벌 넘버원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기반차량)’ 브랜드를 목표로 과감한 행보에 나섰다. 기아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25년 만에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PBV 전용 공장이다.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PB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조치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 3월 경기 화성에 위치한 오토랜드 내에 PBV 전용 공장을 착공한다. 2024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 전기차 기반 PBV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정확한 투자·생산 규모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수십만대 규모의 PBV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1997년 화성3공장 이후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짓지 않았다.

PBV는 목적기반모빌리티를 말한다. 하부와 상부를 완전히 분리할 수 있어 목적에 맞게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용도를 다르게 할 수 있는 이동공간과 내외부 디자인, 좌석배치, 전자제품 적용까지 ‘니즈’에 맞게 설계할 수 있어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불린다. 오피스는 물론 식당과 카페, 숙박공간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미래형 차량’으로,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PBV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모터스 산하 테크 스타트업인 브라이트드롭은 최근 월마트, 페덱스와 맞춤형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도요타도 PBV 전용 모델 ‘e-팔레트’를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공개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PBV 시장에 대한 기아의 목표는 명확하다. 2030년 연간 100만대의 PBV 판매를 달성해 PBV 시장의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2030년 PBV가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25%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간 2000만대 규모의 시장이 새롭게 탄생하는 셈이다. 기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송, 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고, 모빌리티 관련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지면서 기업 고객 시장과 다목적성 모빌리티의 중요성에 주목해 글로벌 PBV 시장에 조기 진출함으로써 리더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달 초 열린 기아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PBV 시장은 2025년부터 본격 확대될 것”이라며 “지난해만 하더라도 모빌리티 시장에서 B2C(기업-개인 거래) 시장은 감소했으나 B2B(기업-기업 거래) 시장은 성장을 가속화하는 등 자동차 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MPV(다목적차량) 모델인 ‘스타리아'(STARIA). (현대차 제공)

기아는 PBV를 중장기 전략 4대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잡는 등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고, 우선 기존 양산차 기반의 파생 PBV를 활용해 초기 시장 개척에 나선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부터는 다양한 형태와 차급의 전용 PBV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대표적인 파생 PBV 모델은 친환경 SUV 니로를 기반으로 한 ‘니로 플러스’다. 니로 플러스는 국내에서 전기 택시 모델로, 해외에서는 카헤일링 서비스로 활용된다. PBV 답게 택시 및 승차 공유를 위해 승하차 편의성과 공간성을 강화한 설계와 디자인이 특징이다.

2025년 선보이는 전용 PBV는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성을 고려해 중형급 사이즈로 개발된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용 플랫폼 위에 다양한 종류의 차체가 결합되는 구조를 갖춰 목적과 필요에 따라 사이즈와 형태를 한층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기아는 PBV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소화물이나 식품 배달 등에 최적화된 마이크로 PBV에서부터 지금의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하거나 이동식 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PBV에 이르기까지 차급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PBV시장 선점에 자신감을 보였다. 송호성 사장은 “PBV 시장은 기아의 고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로, 이미 45년간의 군수 차량 개발 경험을 통해 특수 설계 역량과 생산 라인을 보유했고 외부 특장 업체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유연한 생산체계도 갖췄다”고 했다. 이어 “PBV 시장은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돼 향후 더욱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