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직원에 “장갑없으니 비닐 감아라”

보호장비는 주지 않고 ‘필수업종’ 우기며 영업중

미국 최대 게임 장비 및 프로그램 판매 체인 게임스탑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도 직원들에게 보호장비를 주지 않고 손과 팔에 비닐을 감고 고객의 신용카드 등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29일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게임스탑은 매장 영업은 중단했지만 ‘딜리버리 앳 도어’라는 서비스를 개설해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게임 칩 등을 주문하고 매장 입구에서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게임스탑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고객의 카드를 다루는 동안 게임스탑 비닐봉지를 손과 팔에 씌우라고 지시했다. 메모에는 그 밖에도 ‘나중에 쉽게 벗을 수 있도록 테이프를 살짝 붙여라’ ‘문을 끝까지 열지 말라. 유리문이 자신과 손님 얼굴 사이에 있도록 하고 팔만 뻗으라’는 세밀한 행동 지침이 담겼다.

게임스탑은 코로나19로 생활필수품을 제외한 물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라는 미 정부의 명령에 따라 22일부터 문을 닫았다. 하지만 막판까지 매장 운영 강행을 주장했다.

게임스탑은 재택근무, 원격 학습 등을 원활하게 하는 상품과 장비도 판다면서 자신들이 필수 사업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장갑, 마스크 등 보호 장구는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손과 팔에 비닐을 감으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한 엄청난 재원을 마련했지만 보호복과 마스크, 장갑같은 보호 장구를 생산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생산 설비가 있다고 해도 이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라텍스와 고무, 직물 등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제품의 원료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산 거의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의료물자가 현격하게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미국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는 비닐 쓰레기봉투를 의료진에게 보호복 대신 제공해 물의를 빚었다.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려 일부 미국인들은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을 직접 만들어쓰고 있다.

게임스탑 한 매장/위키미디어 자료사진(Author Bentley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