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대화통해 소송 해결 노력중”

배터리전쟁 화해 신호?…LG화학 부스 찾아 “가볍다” 칭찬

인터배터리 2020 행사에서 LG화학 리튬황 배터리 등 관심

“K배터리는 함께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지 마세요”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을 진행중인 SK이노베이션의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가 LG화학 전시 부스를 찾은 이유를 물은 기자에게 한 말이다.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행사에서 지 대표는 자사의 전시부스를 둘러본 후 바로 옆에 있는 삼성SDI, LG화학의 전시 부스를 차례로 찾았다. 지 대표는 SK이노베이션 부스에서 타사의 전시 부스를 둘러볼 계획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삼성SDI 부스만 볼까 생각 중”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나 지 대표는 삼성SDI 부스를 본 후 곧장 LG화학 부스로 향해 LG화학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약 10분간 LG화학 부스에 머물렀다. 지 대표는 LG화학 관계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특정 제품에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 대표가 관심을 보인 LG화학의 제품은 리튬황 배터리와 가정용 ESS(에너지 저장장치)였다. 지 대표는 부스에 전시된 8Wh급 19.5g 리튬황 배터리를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그는 LG화학 부스 관람 말미에 “매우 가벼웠던 리튬황 배터리와 레주 프라임이라는 가정용 ESS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작년 4월부터 1년 6개월째 전기차 배터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영업비밀 침해, 배터리 특허 침해 등을 놓고 국내와 미국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ITC는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26일(현지시간) 내릴 예정이다.

작년 6월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과거 합의를 깼다’며 낸 소송에서도 지난 8월 27일 서울중앙지법은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ITC에 작년 9월 낸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지난달 ITC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하고 있으니 제재해달라’는 LG화학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OUII의 의견은 우리의 반박 의견을 확인하지 못하고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같은 지난한 소송전 속에서도 꾸준히 합의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차이가 매우 커 합의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송전은 ITC와 사법부에서 최종 판결이 나겠지만 이같은 소송이 K배터리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지동섭 대표는 LG화학과 배터리 소송 합의에 대해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고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를 하고 있다”며 “소송이 계속되는 것은 K배터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봐 최대한 대화를 지속하고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SK이노베이션 부스에서 기자들에게 밝혔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앞줄 오른쪽)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LG화학 부스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