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추모 불빛에 매년 새 16만마리 위험

NYT “트리뷰 인 라이트 탓에 철새떼 궤도 이탈”

“빛기둥 보고 모여든 새떼 탈진·방향 감각 상실”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불빛(Tribute in Light)이 매년 16만마리의 새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9.11 테러 18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매년 9월11일 뉴욕 로어맨해튼 상공에 두 개의 광선이 켜지는데 이 빛에 곤충, 박쥐, 새 십수만마리가 끌려가 탈진에 이르거나 심하면 죽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환경단체인 국립오듀본협회에 따르면 9.11 테러 추모 불빛은 평소보다 약 150배나 새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방이 불빛을 보고 몰려들 듯 최대 16만마리의 세떼가 거대한 빛기둥에 사로잡혀 경로를 이탈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8년 9.11테러 7주년 기념일에 맞춰 발표한 연구 결과 추모 불빛이 약 110만마리 조류의 이동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오듀본협회 뉴욕지부 소속 조류학자 수잔 앨빈은 NYT에 “인공조명이 새들의 자연스러운 비행 신호를 방해하기 때문에 아예 불을 켜지 않는 게 낫다”며 “빛은 그들을 유인하고 (고층 건물의 투명한) 유리창이 그들을 죽인다”고 경고했다.

뉴욕시에 따르면 건물과 충돌해 죽는 새가 한 해에 6억마리에 달하는데, 뉴욕시에서만 23만마리가 죽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9월 중순은 철새들이 서식지를 옮기는 가을 이주가 한창인 시기라 새들이 입는 피해가 더 크다. 새들은 이 시기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불빛에 사로잡혀 경로를 이탈하면 체력을 소진하거나 방향 감각을 상실해 부상당할 위험이 늘어난다.

건물에서 충돌해 죽은 새를 찾아 거리를 감시하는 오듀본 프로젝트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새라 크로스비는 “나는 9.11 때문에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수천마리의 새를 죽이는 추모?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행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뉴욕시에서는 빛기둥에 갇힌 새의 수가 1000마리에 도달하면 20분간 조명을 끄는데, 이 짧은 시간만으로도 빛기둥을 맴돌던 새떼들이 정상 궤도를 찾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뉴욕 ‘트리뷰 인 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