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대어’ 한온시스템 매각에 대기업 눈독

LG그룹 참여 유력…22일 예비입찰, 글로벌 컨소시엄 구성 활발

올해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한온시스템 매각 입찰이 다가오자 국내외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세계 자동차 열관리시스템(공조) 시장에서 일본 덴소(DENSO)에 이어 2위 사업자다.

지난 1986년 미국 포드자동차와 현재 만도의 전신인 만도기계가 합작으로 출범한 한온시스템은 포드자동차에서 분리된 미국 비스테온(Visteon)의 이름을 따 한라비스테온공조로 개명했다. 이어 2014년 12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 매각됐고 사명을 한온시스템으로 바꿨다.

한온시스템은 앨라배마주 쇼터에 공장을 운영하며 현대차와 기아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에선 LG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공조기업 순위 각각 3위, 4위인 프랑스 발레오, 독일 말레 등도 참여하기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오는 22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10여곳의 국내외 SI(전략적투자자)와 FI(재무적투자자)가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예정 지분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50.50%와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19.49% 등 70%다. 한온시스템 시가총액은 17일 기준 9조700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했을 때 몸값은 8조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한온시스템은 히트펌프 모듈 및 전동 컴프레셔 부문에서 기술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에서 열관리시스템은 1회 충전시 이동거리를 늘릴 수 있어 최근 전기차 핵심 기술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한 것도 감정으로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국내에서 LG그룹, SK그룹, 한라그룹 등 일부에만 투자설명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LG그룹은 LG전자를 앞세워 PEF 운용사 칼라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LG그룹이 LG화학의 배터리와 LG전자의 전장 부품을 패키지로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플랫폼에 공급 중인 만큼 세계 2위 열관리시스템 전문기업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열관리시스템 3, 4위 업체들도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한온시스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 발레오사는 JP모건을 재무자문사로 선정하고 베인캐피털과 협업을 통해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독일 말레사도 도이치증권을 자문사로 선임해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 블랙스톤, KKR, TPG 등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한온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SI와 합종연횡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지분을 일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타이어 측은 “현재까지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향후 결정되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매각에는 한앤컴퍼니 보유지분뿐 아니라 한국타이어 보유지분도 포함될 예정”이라며 “인수 가격은 산정의 근거가 되는 납품처 물량 개런티 여부에 따라 변화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콘소시엄을 구성해 2015년 한온시스템(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약 3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양측이 맺은 계약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매도할 권리를 받았다.

앨라배마 한온시스템 전경/Credit=Google -Hyunbai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