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원은 마스크로 봉변, 백인의원 “하나님 때문에 노 마스크”

일리노이 흑인 하원의원, 마스크 쓰고 쇼핑 갔다가 불심검문 수모

오하이오 백인 하원의원, “하나님 형상 닮아 마스크 안쓴다” 궤변

마스크를 둘러싼 문화적 충돌이 극에 달하고 있는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 정치인 완전히 다른 마스크 행로를 보여줘 대조를 이루고 있다.

6일 시카고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하원의원 캄 버크너(민주·시카고)는 일요일인 지난 4일 시카고 자택 인근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다 경찰에 의해 멈춰 세워졌다.

버크너 의원은 일리노이주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상태였으며,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가게를 나오는데 정복 경찰관이 다가와 카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물었다. 방금 가게에서 물건값을 지불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머니 속을 뒤져 영수증을 꺼내 보여주니,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신분증을 요구했다”면서 “신분증을 건네주니 순찰차로 가서 수분간 머물렀다 돌아와 신분증과 영수증을 돌려주었다”고 서술했다.

버크너 의원은 “나를 불러 세운 이유를 묻자 경찰관은 ‘일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나쁜 일 하는데 악용한다’면서 ‘마스크를 쓴 관계로 당신 얼굴을 볼 수 없다. 당신은 뭔가 수상쩍어 보였다’고 말했다”며 “무엇이 수상쩍어 보였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도 아무 문제 없이 출입구를 들고 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부터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계심 어린 시선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 점이 새삼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고 수상쩍어 보인다는 이유로 자율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숨진 플로리다주 10대 트레이본 마틴(2012년 당시 17세) 사건을 떠올리며 “흑인 남성들이 마스크 의무화 지침에 따르기 위해 감내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는 이 소식을 접한 뒤 “인종차별적 요소가 개입됐다고 생각한다”며 “경위를 확인한 뒤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1일부터 일리노이 전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리노이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소매업체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미국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Anti-Mask)을 시행하는 지자체들도 있는 나라다.

반면 오하이오주 백인 하원의원은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본떠 창조됐다”면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6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의 니노 비틀리 주 하원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하지만, 이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어긋난다면서 ‘노 마스크’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유대·기독교 원칙에 따라 세워진 위대한 나라”라면서 “이 원칙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과 모습으로 창조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굴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마스크를 쓸 수는 있지만,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명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나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강요해선 안 되고, 다른 많은 사람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틀리 의원은 주 정부의 코로나19 자택대피령을 줄곧 비판해왔으며, 지난달에는 경제 활동 재개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시위에도 참석한 전력이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오하이오는 이제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삶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며, 자유로운 시민들이 위험의 정도를 평가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주는 지난달 27일 상점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하루 만에 권고 사항으로 변경했고, 이달부터는 경제 활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캄 버크너 미국 일리노이 주하원의원 [버크너 트위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