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밥 한그릇 나눠먹으며 공부했는데….”

노스캐롤라이나대 총격살인 용의자, 중국 빈농 가족 출신

동생과 함께 대입 최고점수 받아 명문대 졸업후 미국유학

피해자도 중국계 교수…소셜미디어에 “과로, 따돌림 힘들어”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격 살인 사건의 용의자와 피해자가 중국 유학생과 중국계 교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검찰이 이 학교 대학원생 치 타이레이(34)를 1급 살인 및 불법 총기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응용물리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중인 용의자 치는 전날 교내에서 자신의 연구실 책임자인 옌 쯔제 교수를 총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치는 옌 교수의 연구실에 소속된 3명의 박사과정 학생 중 1명이었으며 이 연구실에는 2명의 학부생과 1명의 조교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NYT는 용의자가 최소 2건의 논문에 옌 교수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고 전하면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지역 신문인 시나일보에 따르면 허난성에서 태어난 용의자 치는 지난 2010년 중국 대입시험(만점 750점)에서 2살 어린 동생과 함께 지역 최고 점수인 624점을 맞아 화제가 됐다. 신문은 “중국 최고 대학인 칭화대에 진학할 수 있는 수준의 점수를 받은 형제는 각각 우한대학교 물리학과와 시안교통대학교 에너지학과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의 가족은 6에이커의 작은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유일한 수입원으로 생활비가 부족해 형제가 학교 구내식당에서 점심 한끼를 사서 나눠먹으며 공부했다. 이들의 아버지는 10년 넘게 간질환을 앓고 있어 1만위안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형제는 “대학에 가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렵게 우한대학교를 졸업한 용의자 치는 지난 2019년 미국으로 유학해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대 박사과정에 입학허가를 받았다. 치는 중국 후베이성 출신으로 자신의 대학과 가까운 우한과기대를 졸업한 피해자 옌 교수의 연구실에 지원했고 둘은 함께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는 올해초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고자질쟁이 소녀들 때문에 힘들다”면서 “미국의 따돌림이 이런 것인지 처음 알게 됐다”는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또한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하기도 한다”면서 과중한 근무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이러한 내용들을 참고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연 대표기자

총격의 희생된 옌 교수/UNC
동생과 함께 대입 시험 성적표를 들고 있는 용의자 치(오른쪽)/시나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