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총영사와 코리안페스티벌, 뭣이 중헌디?”

한인회장, 페스티벌 중요 모임에 ‘총영사와 저녁식사’ 이유 불참

준비위 “한국 정부 눈치보지 말아야”…총영사에 항의서한 발송

지난 28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열린 2023년 코리안페스티벌 준비위원회 중간보고 및 기자회견 행사에 이홍기 한인회장이 불참한 사실과 관련해 준비위원들이 강력한 불만을 표현하면서 뜻밖에도 불똥이 애틀랜타총영사관(총영사 서상표)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행사는 1달여도 남지 않은 한인사회 최대 행사 코리안페스티벌의 중간 준비과정을 점검하고 언론을 통해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건강을 회복해 어렵게 대회장을 맡은 은종국 전 한인회장과 이경성 한인회 이사장과 임원들, 그리고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인 준비위원들이 참석했지만 이홍기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인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시간에 새로 부임한 서상표 애틀랜타총영사와 저녁 약속이 잡혀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의 확인 결과 이 저녁모임에는 이들 외에도 다른 단체장 1명과 부총영사가 함께 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재승 한인회장 선관위원장은 대구광역시가 코리안페스티벌에 사용하라며 항공편으로 보내온 한국 전통부채를 한인회에 전달했고, 은종국 대회장과 이경성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미셸 조직위원장이 행사 준비상황을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총영사와의 식사를 마치는 대로 참석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회장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코리안페스티벌 행사 실무를 맡고 있는 강신범 준비위원장(WNB팩토리 대표)은 기자에게 “한인회 수장이 한인사회 최대 행사인 코리안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중요한 모임에 총영사와의 저녁식사를 이유로 불참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장이 총영사에게 약속을 변경하자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 되물었다.

강 위원장은 “수많은 봉사자들이 보상을 바라지도 않고 한인회를 위해 준비위원회와 외부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면서 “정작 코리안페스티벌의 주최자인 한인회장이 총영사만 바라 보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서상표 애틀랜타총영사에 공식적으로 항의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율적으로 활동해야 할 애틀랜타한인사회가 일부 인사들의 그릇된 관행 때문에 총영사관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면서 “2000~3000달러의 한국 정부 지원금을 바라는 대신 한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사를 하면 수익은 더 들어오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홍기 회장은 “총영사와 중요한 일들을 의논하기 위해 미리 잡혀있던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모임에 불참하게 됐다”면서 “이경성 이사장에게 대신 부탁을 했고 저녁식사 후에는 출석하는 교회에 중요한 일이 있어 결국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애틀랜타총영사관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총영사가 지역 대표 단체장 2명과 인사를 하는 성격의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무슨 중요한 의제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총영사가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 같아 지역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답했다.

강신범 위원장은 “단순히 모임에 불참해서가 아니라 한인 단체장들이 한국 정부나 총영사관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어른들이 이런 관행을 끊지 않으면 차세대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참석자들이 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경성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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