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 미국인들, 본국에 백신 요구

“대사·영사관에만 보급…자국민 외면하나” 불만

미국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해 달라는 외국 체류 미국인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영토 외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 시민 약 800만명은 미국에 있는 시민과 동일하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미국은 자국민 전체에 접종할 백신 물량을 확보했으며, 잉여분은 인도를 포함해 접종이 어려운 국가에 제공키로 했다.

‘해외 미국인 지원'(ACA) 단체는 지난달 미 의회와 국무부에 서한을 보내 외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투표권을 가진 미국인은 본토 거주 미국 시민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사적으로 보건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왔다”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면 본국으로 귀국하거나, 자신이 체류하는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대기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국가의 백신 접종이 늦거나 귀국이 어려운 미국민은 곤경에 빠져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태국 내 미국인들은 지난 6일 국무부에 서한을 보내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백신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태국은 1년간 봉쇄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며, 다음 달에야 대규모 백신 접종에 착수한다.

국무부는 지난달 전 세계 220개 대사관과 영사관에 백신을 보내 외교관과 직원들이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외국에 체류하는 미국인에도 충분히 백신을 공급할 역량이 있지만 외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운반용 상자에 담기는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