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카투사 명단 화강암에 각인…한미, 헌정식서 굳건한 동맹 다짐
이날 헌정식에는 한국 측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조태용 주미대사와 미국 측 부통령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털럴리 한국전참용사추모재단 이사장 등이 각각 참석했다.
소강석 한국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의 기도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미군 참전용사와 가족, 한인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애틀랜타에서는 박선근 추모재단 이사와 주중광 주지영 주패밀리재단 대표, 김형률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 장경섭 재향군인회 미 남부지회장, 박청희 애틀랜타조지아한인상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의 벽은 지난해 3월 공사를 시작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이날 준공식 겸 헌정식을 가졌다. 조형물인 ‘기억의 못’ 둘레 130m에 1m 높이의 화강암 소재 패널로 비스듬히 벽을 세우고 벽면에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을 군별, 계급·알파벳 순으로 각인했다.
무게 4~8t의 화강암 패널 총 100개가 쓰였는데, 53개에 이등병과 일등병이 이름이 각인돼 있어 당시 수많은 미군과 카투사 청년이 전장에서 산화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추모의 벽에는 카투사의 이름을 함께 새겨 넣어 미국 내 참전 기념 조형물 가운데 미국인이 아닌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첫 사례가 됐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박 보훈처장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한미 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내는 조형물로 건립됐다”며 “한국전 참전용사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자유의 수호자이자 진정한 영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희생 위에 우뚝 세워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컨드젠틀맨’ 더그 엠호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고 소개한 뒤 “우리는 계속 한국과 나란히 서 있을 것”이라며 “추모의 벽은 이 약속을 구체적이고 영원히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추모의 벽 건립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한국전에 참전한 나라의 국가명을 하나하나 호명하기도 했다.
추모의 벽 건립은 2016년 10월 7일 미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 통과에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추진에 어려움을 겪다 한미 양국의 노력과 각계의 지원으로 결실을 봤다.
추모의 벽 건립에 든 예산 274억원(2420만달러) 가운데 266억원을 보훈처가 지원했고, 나머지는 건립사업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재향군인회, 한국 기업, 국민 성금으로 충당됐다. 보훈처는 앞으로 개보수 예산도 지원할 예정이다.
워싱턴DC=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