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특수전 명장’ 라캐머라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두 번째 한국 근무…소령 시절 작전장교로 DMZ 임무 수행

“인도·태평양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이곳 한국에 돌아올 기회가 생긴 건 나와 내 가족 모두에게 놀라운 일입니다.”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57·육군 대장)이 지난 2일 공식 취임했다.

라캐머라 사령관의 한국 근무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과거 소령 시절 경기도 파주에 있던 주한미군 기지 ‘캠프 그리브스'(현재는 한국에 반환)에서 미 제2사단 예하 대대 작전장교로 근무했으며, 특히 비무장지대(DMZ)에서도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라캐머라 사령관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철통같은 동맹을 도울 기회가 생겼다”며 “(한국에) 돌아와 기쁘다”고 거듭 밝혔다.

미 매사추세츠주 웨스트우드 출신의 라캐머라 사령관은 중동 급변사태 등 다양한 전장을 경험한 ‘특수작전통’이다.

1981년 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라캐머라는 1985년 임관 뒤 제75유격연대장, 제25보병사단 작전담당 부사단장,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제4보병사단장, 중부사령부 이라크안보협력실장 등을 거쳤다.

라캐머라는 그간 파나마·아이티·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지에서 근무하는 등 현역 미 육군 중에서 최장기 해외파병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캐머라는 특히 제18공정군단장 겸 국제연합군 사령관(CJTF-OIR)으로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를 수행했고, 2019년 11월 대장으로 진급한 뒤엔 태평양육군사령관으로 근무했다.

라캐머라는 그로부터 1년 뒤인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새 주한미군사령관에 발탁됐다가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맞아 사령관 지명이 철회되기도 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그를 주한미군사령관에 다시 지명했다.

라캐머라처럼 이전 정부에서 특정 직책에 지명됐던 인사가 정권 교체로 철회된 뒤 다음 정부에서 같은 직에 재지명된 건 미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러캐머라의 경력을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올 1월 출범 이후 북한 비핵화 해법 모색을 위해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4월 말~5월 초 무렵 이 작업을 완료한 뒤 그 내용을 설명해주겠다며 북한 측에 접촉을 제의했으나, 아직 양측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측은 지난달 19~23일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거듭 밝혔으나, 북한은 미국의 제의를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접촉”(리선권 외무상)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미 간 냉각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라캐머라는 태평양육군사령관 재임 시절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괌, 하와이 등지에서 진행된 작전을 관할하는 등 한반도 및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캐머라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평화·안정의 초석”이라며 “한국전쟁(6·25전쟁) 포화 속에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은 지난 70여년간 한반도 평화·안전의 기반이 돼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밤에라도 싸울'(Fight Tonight·한미연합사 구호) 준비를 한다는 데는 전투력을 유지하면서 외교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지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진정한 ‘한 팀’의 정신을 가져 동맹을 강화하고 더 높은 고지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말했다.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일 경기도 평택 소재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대연병장)에서 열린 사령관 이·취임식에 참석, 거수 경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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