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징역형 피해도 과태료·민사소송 직면”

CNBC, 전직 검사·규제 당국 관리 등 인터뷰해 전망 보도

“권도형, 머스크의 과시적 행태 겸비한 제2 사토시 자처”

루나·UST 폭락 사태와 권도형 대표 합성 이미지
루나·UST 폭락 사태와 권도형 대표 합성 이미지 [트위터]

대폭락한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의 개발자인 권도형(30)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징역형은 피하겠지만 과태료나 민사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경제매체 CNBC가 2일 보도했다.

CNBC는 미국의 전직 연방 검사와 규제기관 관리 등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이같이 전망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권 CEO가 개발한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권 CEO는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준 과시적 행태를 겸비한 제2의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의 개발자)를 자처하며 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CNBC는 “권도형은 테라폼랩스를 통해 2억700만달러(약 2천570억원)의 돈을 끌어모았고, 거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한 그의 온라인상 허세는 대중을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판단력이 나쁜 부주의한 CEO라는 것이 범죄는 아니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권 CEO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권 CEO와 그의 동료들이 의도적으로 투자자를 속였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워싱턴DC 검찰총장실에서 12년간 일한 랜덜 일라이어슨은 이 경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일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는 수많은 문서를 검토하고 아주 많은 사람과 그들 모두의 변호사를 상대해야 하는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을 찾기를 바라지만 사기 음모의 전모를 보여주는 한 통의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일라이어슨은 이런 사기 사건을 기소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차근차근 사다리 올라가기’라고 말했다. 하급 가담자를 먼저 기소한 다음 이들을 설득해 협조하고 증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사 소송에서는 입증 책임이 한결 가볍다.

이미 국내에서도 테라USD와 루나의 폭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며 사기 등의 혐의로 권 CEO나 테라폼랩스 임원 등을 잇따라 고소하고 있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같은 규제 당국이 과태료나 다른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

SEC의 수석자문으로 일했던 필립 무스타키스는 “SEC는 ‘증거의 우세’만으로 사건을 입증하면 된다”며 “이는 피고인이 제기된 혐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배심원이 판단하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규제 당국의 제재는 과태료나 수익 환수, 명령 등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손실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점에 비춰볼 때 어마어마한 액수가 될 수 있다.

권 CEO는 이미 몇 차례 소환장을 회피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SEC와 껄끄러운 역사가 있다고 CNBC는 전했다.

CFTC의 캐럴라인 팸 위원장은 잠재적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CFTC는 가상화폐 관련 비리를 성공적으로 기소한 첫 기관 중 하나”라며 “우리는 가상화폐 사기와 조작을 모든 권한을 동원해 공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