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관위 사태, 이홍기 회장이 결단해야”

김형률 후보 “링 위에 올려달라”…경선해야 정통성도 생겨

4년 납부 규정 논란…원로들 “자칫 한인회 명맥 끊길 수도”

애틀랜타한인회가 제37대 회장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재승)의 무리한 후보자격 규정으로 미주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질타를 받고 있다. 지역 한인 언론은 물론 한국 매체인 월드코리안 뉴스도 선관위의 전횡을 지적했지만 선관위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장 출마를 선언한 김형률 후보는 지난 26일 이홍기 현 회장과 이경성 이사장을 만나 “경선을 받아들여서 링 위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는 선관위가 내세운 ‘최근 4년간 한인회비 납부’라는 후보 자격이 한인회칙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선관위를 구성한 이경성 이사장과 이홍기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기자에게 “이재승 위원장이 ‘일단 200명의 추천서를 접수하고 등록하면 기부금 등을 고려해 나중에 자격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한다”면서 “이미 1000달러의 접수비를 냈고 200명의 추천인을 확보하려면 4000달러 이상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심판이 알아서 판단할테니 접수부터 하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열린 전직 한인회장 회의에서 ‘4년간 한인회비를 납부한 사람이 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이재승 위원장도 한인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누가 누구를 재단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후보는 “이 위원장은 아예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보도 이 위원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김형률 후보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회장 출마와 관련된 최종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인사회 원로들은 이번 선관위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이홍기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은종국 전 한인회장은 “이홍기 회장이 재선에 도전하는 이유가 불명확한데 경선까지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회장으로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이회장에게 경선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지만 즉답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처럼 다른 후보의 출마를 막았다는 인상을 주면 이홍기 회장의 무투표 당선 후유증으로 한인회가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전직 한인회장으로서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전직 한인회장은 “이러다 한인회의 명맥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이홍기 회장이 먼저 경선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면 선관위의 운신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이홍기 회장은 기자에게 “한인회비 납부 규정은 선관위가 자율적으로 정한 것으로 결코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김형률 후보와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으며 후보로 출마하면 정정당당히 겨루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김형률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