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엑스포에 한눈 파는 사이…SK그룹 “굉장한 위기”

한국 YTN “비정상적 임원인사…’서든데스’ 위기 반증”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감산, 반도체 적자 등 진퇴양난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온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법인 ‘SK배터리 아메리카’가 갑작스러운 감산 및 인력감축에 나선 뒤 SK그룹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6일 한국 YTN은 “지난 주말 최태원 회장이 일본으로 60대 부회장단 4명을 불러 퇴진을 지시하고 50대 부회장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밟지 못하는 모습은 그룹이 굉장한 위기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지난 2016년 큰 위기를 겪었던 SK그룹은 당시 최 회장이 이들 부회장단을 한꺼번에 이명하면서 ‘서든데스의 위기상황’이라고 표현했었다”면서 “그룹은 이번 부회장단 교체에서도 서든데스라는 말을 다시 꺼냈다”고 지적했다. 서든데스는 연장전에서 1점이라도 더 넣을 경우 경기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로 한번의 실수로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말이다.

SK그룹이 위기라는 분석은 올해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주력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침체 속에서 1분기에만 3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 이후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쌍두마차로 기대됐던 전기차 배터리 분야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가 가중됐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 그룹과 함께 50억달러(한화 6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조지아주에 또다른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유동성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면 포드는 최근 SK온과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GM 역시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했고 미시간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미뤘다. 전기차 1위업체 테슬라는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을 잠정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YTN은 “지난 2016년 1차 서든데스를 말할 때는 계열사가 100개 였는데 현재는 계열사가 200개가 넘는다”면서 “그룹의 규모를 키우느라고 오히려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재계 서열 2위까지 그룹을 성장시켰지만 내실은 챙기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그룹이 이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데는 ‘오너 리스크’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부인 노소영씨와의 이혼 과정에서 구설수에 올라 그룹의 이미지가 깎였고 올초부터 위기가 감지됐는데도 부산 엑스포 민관유치위원장까지 맡아 올 한해 그룹 경영 대신 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절반 이상을 보낸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현 정권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은 아닌지 의아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조지아주 커머스의 SK배터리 아메리카 공장/SK배터리 아메리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