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매일 좋은 얘기만 하고 살아도…”

리장의사 운영 이국자 한국학교 이사장의 ‘칭찬 철학’

매일 잊고 살지만 우리는 결국 이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더구나 언제 떠나야할지 모르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기에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역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애틀랜타 한인 가운데 매일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을 한명 알고 있습니다. 한인들에게 친숙한 리장의사를 운영하는 이국자 애틀랜타한국학교 이사장입니다. 최근 한 보수단체의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는데 기자에게 할 말이 있다며 식당 한 쪽으로 불렀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얼마전 한인 인사들과 총영사의 만남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당신을 칭찬하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한인사회가 매일 날이 서있는 분위기인데 기분 좋은 말도 있어야 하기에 전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칭찬에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그 얘기 해주시려고 불렀느냐”고 묻자 그는 “매일 좋은 얘기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화합하는 글 많이 써달라”며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1960년대 독일로 이민을 떠났던 파독 간호사 출신인 이 이사장은 1969년 미국으로 건너왔고 1999년부터 리장의사를 운영하며 한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미국 생활에서 가장 슬프고 황급한 순간에 한국어로 정성스런 서비스를 해주는 이 이사장의 내공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 커졌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한인회 부회장, 패밀리센터 소장 등을 지내며 한인사회에 기여했고 지난 2018년부터 애틀랜타한국학교 최장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은 않은 애틀랜타한국학교 이사회를 6년간 잡음없이 이끌어온 이 이사장은 갈등이 있을 때 ‘양쪽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한인사회를 양분시키고 있는 진보-보수의 대립 국면에서도 이 이사장은 중재 역할을 했습니다. 동상 건립을 놓고 반목의 조짐이 보이자 양쪽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초청해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반대측에 기부금까지 내놓도록 한 것입니다. 지난해 김백규 위원장을 돕는 한인회관 건립위원과 이홍기 한인회장을 지원하는 한인회 자문위원장을 동시에 맡았지만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던 것은 모두가 이 이사장의 성품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고교 때 단짝 친구 가운데 한 명의 집도 장의사를 운영했습니다. 친구 집에 가끔 놀러가곤 했는데 그 친구는 “우리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직업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국자 이사장은 한인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직업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최근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갈등과 그 갈등을 부채질하는 몇몇 사람을 보면서 이국자 이사장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비판이 직업인 기자로서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양측이 서로 살의를 느낄 정도로 적대적인 상황을 지켜보며 “매일 좋은 얘기만 들려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듭니다.

이상연 대표기자

지난해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이국자 자문위원장(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