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아이잭슨 전 연방 상원의원 별세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 역임한 지한파…한인 취업비자 확대

이민법 절충안 설계, 오바마케어 협조 등 초당적 협력 강조

박병진 연방지검장 추천…”세상에는 친구와 미래의 친구 뿐”

공화당의 지한파 정치인 조니 아이잭슨 전 연방 상원의원(조지아)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JC 등에 따르면, 고인은 19일 새벽 조지아주 애틀랜타 자택에서 수면 중에 숨을 거뒀다.

고인의 아들인 존 아이잭슨은 고인이 생전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백만장자인 고인은 조지아주에서 40년 이상 정치 활동에 헌신했다.

고인은 특히 미국 정치권의 주요 지한파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미국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지내는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그는 2015년과 2017년 한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취업비자 쿼터를 1만5000개로 확대하는 법안을 상원에 잇달아 제출하기도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당시 박병진 조지아주 북부지방 검사장이 최초의 한인 연방 검사장으로 지명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가 고향인 고인은 조지아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버스 운전사 출신인 아버지가 설립한 부동산 회사를 키워 가업을 일궜다.

1976년 조지아주 하원의원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한 그는 17년동안 주 의회에서 일했고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 사퇴로 1999년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연방 하원에 당선되며 중앙 정치로 들어섰고, 2004년에는 상원에 진출했다.

그는 상원에서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이들을 위한 세금 공제 혜택을 설계했으며, 상원 보훈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참전 용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3선 고지에 오른 직후인 2015년 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공개하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재임 기간 그는 민주당과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며 ‘막후’ 협상을 이끄는 노련한 정치인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초당적 협력을 위해 10년 넘는 기간 매년 바비큐 파티를 개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평소에 “세상에는 친구와 미래의 친구(friends and future friends) 밖에 없다”고 말했으며 그가 은퇴할 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대표는 “그에게는 적도, 이방인도 없었다”면서 “단지 친구와 미래의 친구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다”며 그의 정신을 기렸다.

고인은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통과시키려다 우파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포기한 이민법의 절충안을 내놓는 등 민주당과의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하며 타협과 합의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3년 ‘오바마 헬스케어’에 반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감행하려 했을 당시 이를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 35일간의 ‘셧다운’ 기간에도 그가 막후 중재를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된 ‘정적’ 존 매케인을 비난했을 당시 비판에 앞장서기도 했다.

고인은 상원 의원 퇴임 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며 “손가락질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상원 보훈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고인은 참전용사 처우 개선 문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아이잭슨은 사업가이자 재능 있는 정치가로서 현대 공화당을 위한 길을 닦았으나, 당파 정치가 옳은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승은 기자, 연합뉴스

존 루이스 하원의원과 포옹을 하고 있는 조니 아이잭슨 의원/연방하원 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