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목소리에 담긴 감정 모른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제작 이소영(미디어랩)

사람은 자기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음성의 톤(tone of voice)으로 대신 할 때가 있다. 그것이 실제 말보다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dorder) 아이들은 음성 속에 담긴 감정을 읽지 못한다.

ASD 아이들은 감각 정보를 잘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밝은 형광 불빛, 특정 직물의 감촉 또는 시끄러운 소리를 참지 못한다. 방 안에 가득한 아이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그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 의대 정신의학과 전문의 대니얼 에이브럼스 교수 연구팀은 ASD 아이들이 음성에 담긴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은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청각 정보가 사회적 소통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 전달되는 방식이 보통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0일 보도했다.

ASD 아이들 22명(7~12세)과 같은 연령대의 정상 아이들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연구팀은 “가방이 하나 방에 있다”와 “내 숟가락이 식탁 위에 놓여 있다”는 두 가지 간단한 말을 녹음해서 여러 차례 들려주었다.

다만 이 말을 ▲평범한 어조 ▲즐거운 어조 ▲슬픈 어조 등 3가지 음성으로 녹음해 들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이 3가지 음성에 담긴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상 아이들은 3가지 음성에 담긴 감정을 잘 구분했으나 ASD 아이들은 어려워했다.

연구팀은 이어서 이 3가지 녹음 음성을 들려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RI)으로 이 아이들의 뇌 활동을 실시간 관찰했다.

그 결과 ASD 아이들이나 정상 아이들이나 청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음성에 같은 반응을 보였으나 ASD 아이들은 청각 정보가 사회적 소통을 담당하는 부위인 측두-두정엽 접합부(TPJ: temporoparietal junction)에 전달되는 방식이 정상 아이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ASD 아이들은 뇌의 청각 중추와 TPJ 사이가 ‘과연결'(over-connection) 상태가 돼 음성 속에 담긴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폐증 과학 재단(Autism Science Foundation) 연구실장 알리시아 핼러데이 박사는 ASD 아이들이 음성에 담긴 ‘감정의 꼬리표’를 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밝혀진 것은 매우 소중한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따라서 ASD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억양이 너무 밋밋하다고 느껴질 때는 상대방이 더 잘 알아듣도록 음성을 높이거나 음성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ASD 환자가 음성에 담긴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말을 귀담아듣지 않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 새로운 발견은 언젠가는 ASD 환자가 음성에 담긴 신호를 잘 해석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생물정신의학 학회(Society for Biological Psychiatry) 학술지 ‘생물정신의학: 인지 신경과학·신경영상(Biological Psychiatry: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imaging)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