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보다 유튜버…의료 불신이 낳은 구충제 열풍

전문가 “불안감, 손쉬운 온라인 정보접촉이 만든 현상”

“맹목적 불신보다는, 임상적으로 근거 만들어 나가야”

 

구충제를 만병통치약인듯 이야기하는 온라인 영상이 극성이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이 말기암을 치료한다는 이야기부터,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을 먹으면 고질인 비염이 몇시간만에 낫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시중 약국에 구충제 품귀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구충제 ‘열풍’은 말기암 환자들의 ‘불안’과 현재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과거와 달리 온라인을 통해 상당히 의료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그러나 나름 의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구충제의 치료작용 원리가 특정 말기암이나 비염 치료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4일 신현영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취약한 최근 의료 환경에서 카더라 수준의 정보를 맹신하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말기암에 완치제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구충제가 암이나 비염 치료에 쓰이려면 의학적으로 임상시험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온라인 영상 정보가 정말 의약품의 효과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은 아닌 지, 어떠한 근거가 있는 지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교수는 “과거에는 의학이 전문성을 갖다보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의학정보들이 유통되고, 잘못된 정보를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 역시 큰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에 처방되는 의약품은 시판을 하기 위해선 약사법 상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치료효과가 예상되더라도 임상시험을 거쳐야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얘기하면, 임상을 진행하지 않은 약이라도 치료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처음엔 협심증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복용해보니 발기가 지속되는 부작용이 생겨, 발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재탄생됐다.

구충제도 비슷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서 많이 쓰는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의 경우 윈트(Wnt) 신호를 억제해 암줄기세포 형성과 증식을 제어하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실제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연구해, 지난해 11월 미국 암학회(AACR)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암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게재한 항암작용이다.

세포분열이나 활동 등을 억제해 세포를 사멸한다는 점에서 기생충 박멸이나 암세포 사멸에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비염 치료효과도 마찬가지다. 한 유튜브 방송에선 구충제가 기생충을 제거하면,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호산구 수치가 줄어 비염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일관된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을 거치지 않은 약이라면, 사람마다 치료효과가 있거나 없을 수도 있고, 심지어 예상 못한 부작용 발생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약품 개발이 10년정도 걸리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검증 절차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구충제가 암을 치료하거나 비염을 치료하는 효능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해당 질환에 대한 정식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사례도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 한 병원 진료 대기실. /뉴스1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