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진·입원 디커플링 뚜렷…팬데믹 종식 신호

“감염 쉽게 이뤄지지만 입원율·폐손상 훨씬 덜해”

오미크론의 진행 양상이 델타 변이 때와는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이 번지고 있다. 3일 블룸버그 통신은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늘고 있지만, 팬데믹 종식을 시사하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입원환자 수가 확진자 수 증가치에 동조하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과 함께, 추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오미크론의 중증도 관련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니카 간디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제 완전히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며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미크론이 면역력을 키워 팬데믹을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은 작년 11월 말 아프리카 남부에서 발견됐으며, 순식간에 퍼지면서 중증도와 백신 및 이전 감염 면역 회피 가능성을 밝히는 게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이와 관련해 유의미한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입원율 델타보다 73% 낮아”-남아공 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번 4차 유행 기간 입원환자가 델타발 3차 유행 때보다 7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와 관련, 웬디 버겐스 케이프타운대 연구원은 “입원과 확진 간에 탈동조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은 미국의 실제 확진자 및 입원환자 수치 비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뉴욕타임스(NYT) 3일자 온라인판 코로나19 집계 그래프를 보면, 오미크론 출현 전 확진 건수 정점인 2021년 1월 중순 입원환자와,사망자 수도 모두 정점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출현 후 확진 건수가 새로운 정점에 도달한 2022년 1월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는 작년 이맘때보다 적다. © News1 최서윤 기자

뉴욕타임스와 CNN에 따르면 오미크론 출현 전 미국의 코로나 정점이었던 작년 1월 중순 미국의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는 25만여 명, 입원환자 수는 14만2000명에 달했다. 반면, 오미크론이 유행 중인 이달은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는데도 입원환자 수는 10만 명 안팎에 그친다.

오미크론이 발견 초기 경각심을 높인 주된 이유는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관찰된 32개의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특징으로 백신 미접종자는 물론 접종자에게서도 전염이 잘 이뤄지는 것으로 초기 연구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감염 이후 중증 야기 여부는 여전히 상당 부분 미제로 남아 있었고, 이 의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있다.

◇”폐 손상 적어”-미·일 합동 연구 등 5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보통 코에서 시작해 목구멍을 따라 퍼진다. 비강, 인두, 후두, 기관지 등에 해당하는 상부 호흡기에서는 주로 경미한 질환이 관찰되고, 중증은 대개 바이러스가 폐에 도달하면서 발생한다.

지난주 오미크론이 이전 변이주에 비해 폐 감염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 5건이 발표됐는데, 그중 하나는 미국과 일본 연구진의 대규모 합동 연구였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햄스터와 쥐를 관찰한 결과, 이전 변이 감염 개체들보다 폐 손상이 덜했다는 것이다.

벨기에에서도 시리아햄스터를 관찰한 결과 유사한 결론이 도출됐다. 시리아햄스터는 이전 변이주 감염 실험에서 중증 발생률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에서도 환자들의 폐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은 다른 변이주에 비해 폐에서 훨씬 늦게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겐스 연구원은 “이 같은 중증도 변화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anatomy) 변화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2가지 경로 중, 오미크론은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몰려있기 때문에 하부 호흡기인 폐보다는 주로 상부 호흡기를 감염시키길 선호한다는 게 버겐스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는 오미크론이 감염력은 높지만 중증도는 낮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버겐스 연구원은 덧붙였다. 바이러스는 더 쉽게 퍼질 수 있는 상부 호흡기에서 자가 복제를 더 많이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항체반응 떨어져도 T세포 반응 유지”-남아공·네덜란드 연구

오미크론의 중증 야기 여부와 함께 주된 관심사는 면역 회피 가능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미크론이 백신을 맞고 형성된 항체와 이전 감염으로 획득된 항체의 공격을 모두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난 기존 연구들은 다소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백신이 형성하는 ‘1차 방어망’으로 여겨지는 항체 외에도, 면역 반응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요한 ‘2차 방어망’은 바로 티(T) 세포와 비(B) 세포다.

그중 백신 접종이나 감염 후 자연 면역으로 형성된 T세포 반응이 오미크론의 공격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 2건(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이 지난주 발표됐다. 특히 남아공 연구 결과 코로나 완치자 및 화이자 또는 얀센 접종 환자들의 오미크론 관련 T세포 반응은 무려 70~80%에 달했다.

T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과거의 질병을 기억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며 항체를 깨워 방어 작용을 결집하는 기능을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T세포가 오미크론을 인식하고 꽤 빠르게 싸운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제시카 저스트만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같은 다양한 연구 데이터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면, 앞으로의 진행 양상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도 어느 정도 늘 수밖에 없고, 이런 높은 수치는 업무와 여행, 학교교육 등에 계속해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대 간디 교수는 “확진 건수가 기록적으로 늘더라도,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력과 경미한 감염 양상 조합은 (팬데믹) 종식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며 “오미크론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강력한 면역력이 형성돼 팬데믹을 종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