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2021] ③돈 풀어 살린 세계경제…’랠리’ 이어질까

내년 글로벌 성장률 4∼5%로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전망

상승장 지속 무게 불구 단기간 유동성 급증에 거품 우려도

2021년은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를 떨치고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가는 ‘포스트 코로나19’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모든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100달러짜리 미국 달러화 지폐들 [UPI=연합뉴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내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거나 병행할 계획이고, 코로나19의 타격이 심했던 업종과 계층으로선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장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후 어마어마하게 풀린 유동성이 글로벌 경제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당분간 돈이 더 살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자산시장을 들쑤셔놓은 거대한 유동성의 힘이 경제를 얼마나 높이 밀어 올릴지, 이 과정에서 자산 거품이 발생해 실물 경기와의 괴리를 더 키울지, 만약 거품이 쌓인다면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가 주목할 포인트다.

◇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세계 경제…”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이 주도”

거시 지표상으로 세계 경제가 대유행 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4.2%, 국제통화기금(IMF)이 5.2%다.

월스트리트는 조금 더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6.4% 성장과 함께 ‘V’자형 회복을 내다봤고, 골드만삭스(6%)와 JP모건체이스(5.8%)도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5.4%)와 씨티그룹(5%)의 예상치는 IMF와 비슷했다.

내년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축은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소 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찍고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마이크 파일 글로벌 투자전략 부문 책임자는 지난 17일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 주관으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앞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우한의 한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뿐 아니라 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으로 자본이 계속 유입돼 “동아시아가 글로벌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게 파일 책임자의 전망이다.

미국도 3.1∼3.8% 범위에서 성장해 2019년 수준을 회복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5%대 초반 성장률이 예상된다.

다만 일본은 1∼2%대의 낮은 성장률로 회복이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 단기간 내 유동성 급증이 회복 동력…주가 고공행진 계속될까

전 세계에서 17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의 상흔에도 경제가 이토록 빨리 회복세로 접어든 것은 신속하게 돈을 풀어 조기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미국에서 광의통화(M2)는 3조1000억 달러(20%) 급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2015년까지 M2 통화량이 4조4000억달러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기 후 7년에 걸쳐 풀린 유동성의 70%가 이번에는 1년도 안 돼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세계 각국이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등 완화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펼쳐 유동성 공급에 주력한 덕분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된 동시에 지구촌 곳곳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높였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3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기록을 나란히 갈아치우고 주택시장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달아오르면서 실물 경기와의 괴리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202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추가 재정 부양은 물론 ‘그린뉴딜’을 통해 재정 지출을 계속 확대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등 돈 풀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돈이 계속 풀리는데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주식을 비롯한 각종 자산이 내년에도 떨어지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만 빼고 다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올해처럼 큰 폭의 오름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만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현재보다 17% 오르는 4,300선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을 뿐 나머지 월가 은행들의 S&P 500 지수 전망치는 3,900으로 상승률은 6% 정도다.

◇ ‘거품 없다’ vs ‘닷컴버블 이후 최고’…돌발 리스크 염려도

이러한 ‘유동성 랠리’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 ‘거품’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내년 중 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최소 1∼2년은 통화 완화 흐름이 이어지고, 주요 기업들도 상승장을 뒷받침할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LPL파이낸셜의 주식 전략가인 제프 부흐빈더는 최근 보고서에서 “회의론자들은 S&P 500 지수가 올해 저점에서 64% 급등했다는 이유로 곧 시장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역사적으로 황소장(bull market) 두 번째 해에 수익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블랙록을 비롯한 대형 금융사들도 대부분 내년에 주식 비중을 늘리라며 위험자산 투자를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투자가인 제러미 그랜섬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 시장이 “버블 말기의 시장 과열 단계”라며 “1999년 후반(닷컴버블) 또는 1929년(대공황)과 같은 광란이 지금 넘쳐난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금융 칼럼니스트 댄 런케비시어스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을 근거로 “오늘날 주식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역사상 가장 터무니없이 높다”며 “오직 닷컴버블 때만이 지금 수준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버블이라고 하기 어렵고, 설령 있다고 해도 ‘전시상황’인 만큼 걱정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불안 요소가 쌓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만약 코로나19 백신에 문제가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리노이주의 신축 주택 공사현장 [EPA=연합뉴스]